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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박철규> 컬링에서 배우는 중소기업 수출전략
일전 동계올림픽에서 인상 깊게 본 종목이 있다. 컬링이다. 국내에 소개된 지는 20여년밖에 안됐고, 2006년 만든 전용경기장을 포함해 연습장은 단 2개뿐이란다. 그동안 국가대표팀은 빙상경기장을 전전하며 연습을 해왔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여자 대표팀은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10개 팀 중 8위라는, 아쉽지만 의미 있는 성적을 냈다. 이러한 컬링은 이제 막 수출전선에 나서는 우리 중소기업들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컬링은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우리 팀과 상대팀이 경기를 한다. 목표점인 타깃이 있고 그 목표점의 정중앙은 ‘티(tee)’라고 불린다. 그 ‘티’를 ‘고객의 심장’에 비유한다면, 컬링은 마케팅에서 말하는 3C(Customer, Competitor, Companyㆍ고객, 경쟁자, 기업)가 빙판 위에서 펼쳐지는 스포츠인 셈이다.

수출도 바이어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상대방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게임이다. 가격, 품질, 납기, 사후서비스의 신속성 등 어느 하나 중요치 않은 게 없다. 그런데 경쟁사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갖은 애를 쓰고 있으니, 기업경영 또한 아(我)와 피아(彼我)의 투쟁으로 요약된다.

얼마 전 창업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 중소기업을 가봤다. USB로 충전하는 전동공구를 수출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대표는 제품개발 초기에 조잡한 모형제품을 들고 ‘무모하게’ 미국으로 건너갔다. 제품을 빨리 양산하는 것보다 고객의 반응이 궁금했던 터다. 결국 잠재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인 뒤 시장에 내놓았다. 현재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영토를 넓히는 중이다.

이 기업의 수출 성공비결은 ‘고객의 마음’을 파고든 데 있다. 신규 아이템을 개발하고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 고객을 참여시킨 것이다. 그것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시장을 미리 떠봤다.

아직 우리 경제의 키워드는 수출이다. 불과 50년 만에 이룬 ‘한강의 기적’도 수출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은 전체의 17%에 불과하고, 수출기업 수도 8만7000여개 사에 그친다. 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수출전선에 나섰으면 하는 마음에서 수출을 준비 중인 중소기업들에 3가지를 당부드린다.

첫째, 잠재 바이어를 자주 만나라. 바이어 명단은 B2B사이트와 같은 인터넷사이트에서도 구할 수 있고, 해외 전시회 등을 통해 만날 수도 있다. 둘째, 경쟁자를 확인하라.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수집과 환경분석이 된다.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그들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과정은 내부혁신이란 과실을 안겨준다. 셋째, 정부의 지원제도를 잘 활용하라. 무역사절단 및 해외전시회 파견, 수출인큐베이터, 온라인 수출, FTA 활용 컨설팅 등 정부는 다양한 수출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 중소기업 원스톱 수출지원센터를 방문하면 관련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이제 중소기업이라 해도 내수시장에만 안주하긴 힘들게 됐다. 우리 중소기업 중에는 세계 유수기업 못지않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곳이 많다. 이제는 해외로 나가야 한다. 꼭 세계 최고만이 살아남는다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큰 스펙트럼을 가진 다양한 제품만큼이나 다양한 ‘시장스펙트럼’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의 바탕, 중소기업 개미군단의 왕성한 수출이 기대된다.

박철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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