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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sight - 이상광> 터키 비즈니스, 문화 먼저 이해해야
터키 사람들은 오랜 상업 전통을 갖고 있다. 가게에 들어서면 일단 주인은 차 한 잔을 권한다. 차가 나오는 사이에 가게 주인은 손님이 원하는 제품의 정상 가격이 얼마이고, 할인해서 얼마에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몇 번의 흥정 뒤에 가게 주인은 얼마면 이 제품을 사겠느냐고 되묻는다. 손님이 이 정도면 되겠다고 제시하면 그 가격에 팔 가능성이 높다.

여행자들은 주인이 제시한 가격의 60%에 샀다고 행복해하는가 하면, 20%에 사면서도 비싸게 주고 샀다는 사람도 나온다. 심지어 가게 주인이 제시한 가격의 10% 수준에 물건을 산 경우도 목격했다. 정가 판매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대부분의 터키 전통시장에서 주인이 표시된 가격을 보여주고 어느 정도 할인한 가격을 제시할 경우, 대략적으로 70~80% 선에서 구매하려는 의사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주인이 제시한 가격은 어느 정도 적정한 가격이라는 믿음이 바탕이 된다.

주인이 부른 가격의 10%에 구매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오히려 불쾌한 느낌을 받는다. 아는 주인이 처음부터 바가지를 씌우려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다는 방증이고, 결국 주인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터키 사람들이 비즈니스에서 가장 최우선을 두는 가치는 신뢰성이 아니라 유연성에 두고 있다. 유연성은 유목민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유목생활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며, 그때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존하려면 일관된 원칙만으로 대응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유목민의 전통을 지닌 터키 사람들에게는 상황에 따른 유연성이 비즈니스에 있어 최고의 가치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제시한 가격의 10%에 불과한 가격에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판매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거래 후 주인은 손님에게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물건을 구매했으니 손님은 행복하다고 얘기를 해준다. 파는 사람 입장은 밝히지 않는다. 거래가 이루어졌으니 당연히 주인에게도 득이 되었을 법하지만 그들은 손님의 행복만을 이야기한다. 자신은 원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물건을 팔았으니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다양한 손님의 요구를 다 맞춰주면서 손님을 그냥 보내지 않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득을 취한다고 봐야 한다. 매 거래에서 모두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그들의 경험에서 각각 차별화된 거래를 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이익을 도모하는 방식을 택한다.

터키에서는 소위 단골이라는 개념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단골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관계다. 터키에서는 단골을 두지 않고 끊임없이 경쟁을 하도록 해서 최선의 조건으로 거래를 하려고 한다. 비록 오랫동안 거래를 해 온 관계라고 하더라도 항상 현재를 기준으로 새로운 조건을 검토해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가 있으면 곧 바로 거래선을 바꿀 수 있고 바꾸는 것이 터키 기업들이다.

터키 기업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즈니스에서의 가치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유연성이다. 이를 이해한다면 터키 기업과의 비즈니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그러한 기본 가치를 충족시킬 경우 터키 기업과의 거래는 어렵지 않게 될 것이다.

이상광 코트라 이스탄불무역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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