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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무한의 유희로 빠져드는 정치게임
정치는 게임이다. 이익과 성과를 위해 여야가 벌이는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삼아선 곤란하다. ‘롤’ 게임에 빠진 광(狂) 게이머처럼 세상과 벽을 쌓고 세월을 좀먹는 유희가 돼선 안된다.

유한(有限)의 전략으로 경쟁하고,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유한게임이어야 한다. 물론 반론도 있을 것이다. 정치가 무한의 연속(連續)게임이라는 주장이다. 하루 이틀 벌일 정치도 아닌데, 이번이 아니면 다음 기회가 온다는 게 요지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무사태평하다. 지금이 태평성대는 아니잖은가.

2월 국회가 위태롭다. 27일이 본회의 마지막 날인데, 손에 쥔 게 별로 없다. 쥔 거라고 해봐야 논란이 한창인 선행학습금지법이다.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기초연금 도입 법안은 여야 간 막후 대화에도 불구하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계기로 추진된 신용정보법 개정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국회의 공전 속에 기획재정위는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 매각 시 부과되는 6500억원의 세금을 감면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처리를 아예 4월 국회로 넘겼다.

무엇보다 문제는 국회 법제사법처리위원회다. 본회의 전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는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등 검찰개혁법 처리를 둘러싼 진통의 여파로 지난 26일 법안 처리를 ‘올스톱’ 한 데 이어 27일도 속개 일정 공고없이 감감무소식이다. 검찰개혁법이 관철되지 않고서는 법사위를 개최할 수 없다고 야당의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법안을 둘러싼 여야 합의가 끝내 무산되면 본회의 개최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법안 처리가 무더기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위기의 국면에서 모두가 다 잘 살자고 ‘개혁’이다 ‘혁신’이다를 외치는데 국회는 왜 구태를 못 벗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치개혁과 국정원 개혁 문제만도 그렇다. 정치개혁특위는 존폐 논란이 일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놓고 소모전만 벌이고 사실상 막을 내렸다. 국정원개혁특위도 지난 연말 국정원개혁법을 통과시킨 이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폐장 국면이다.

대체 미래대응적 대통합의 정치는 어디 갔고, 타협과 화합의 정치를 펴겠다는 대국민 약속은 어디로 간 걸까.

“선사후당(先私後黨)이 아니라 선당후사(先黨後私)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유감이다. 정치권은 당이 우선일지 모르겠지만 선국후당(先國後黨), 선국후사(先國後私)가 돼야 맞다. 국가의 미래가 없는데 정치만 존재할 줄 알면 오산이다. 국민이 고통받는데 정파적 이익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 국회의원은 국가적 대의명분과 나라 발전을 위해 뛰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올 한 해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예산은 5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국회의원 1인당 세비는 1억5000만원, 의원 전체로는 얼추 450억원이 세비다. 이대로라면 세비가 아깝다.

지난 26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모처럼 정치권에 쓴소리를 했다. “(의원들이) 할일을 하지 않고 권한만 누려서 문제가 됐다”는 말이다. 2월 국회의 끝자락에서 의원들이 곰곰이 되새겨야 봐야 할 말 아닐까.

윤재섭 정치부장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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