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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다시 꺼낸 벤처카드, 일과성 붐 경계를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 기치로 ‘벤처’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대중정부 당시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던 벤처붐을 다시 일으켜 보겠다는 것이다. 2017년까지 창조경제 선도기업 육성, 창업자 발굴, 재창업 지원 등 벤처생태계 조성에 4조원의 정부재정을 투입하고 창업-성장-자금회수-재도전의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최초의 벤처붐은 1997년께 인터넷 시대가 본격 개화하면서 시작됐다. 인터넷 기술에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수많은 벤처업체가 탄생했다. 벤처육성 특별조치법과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 등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업고 벤처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때 출범한 코스닥 상승세도 눈부셨다. 1998년 600대에 머무르던 코스닥지수는 2000년에는 3000선에 육박하며 2년 만에 5배 급등했다.

정부가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겠다고 의지를 보인 최근 상황도 당시와 유사하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바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은 90년대 후반의 인터넷 혁명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우리나라의 카카오 같은 회사들이 성공신화를 쓰면서 벤처 열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이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할 기름을 붓겠다고 나선 것은 시기상 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제2의 벤처붐을 이루기 위해서는 창업뿐만 아니라 투자자금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벤처캐피털의 자금 회수는 인수ㆍ합병(M&A)과 상장(IPO)이 절반씩 차지한다. 하지만 우리는 M&A는 1%, IPO 비중은 18%에 그치고 있다. 대신 수익성이 낮은 채권 상환이나 장외매각 등의 비중이 60%로 대부분이다. 코스닥의 완전 분리 방안이 제외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코스피 마인드로 코스닥을 접근하면 벤처의 역동성과 스피드를 잘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스닥 등 선진 자본시장 상장과 해외 유명기업과의 M&A를 겨냥한 한국형 요즈마펀드도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데다 성공모델을 만들기 위한 액션플랜도 한참 미진하다.

1차 벤처붐은 무늬뿐인 벤처 난립과 ‘묻지마 투자’, 세계적인 IT버블 붕괴로 트라우마만 남긴 채 허망하게 사라졌다. 버블은 꺼지고 붐은 시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정부 정책이 한낱 붐 조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옥석가리기,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 벤처캐피털 저변 확대 등을 다져나가 지속가능한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벤처의 혁신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모멘텀이다.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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