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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금융, 밑천 드러난 지금이 진검승부 할 때
흔히 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는 더이상 신선하지 않다.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이 많다고 해서 준거로 삼지만 이젠 식상하다. 비교 대상 국가들이 시원찮으니 비교를 해도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OECD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유럽국가들은 아직도 재정위기의 후유증을 톡톡히 앓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은 막대한 달러 살포와 회수로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고, 일본은 역사적 수준의 엔저에도 불구하고 회생의 기미는 미약하다. 그러고 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만큼 펀더멘털이 탄탄한 국가도 없다.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셈이다.

얼마 전 만난 외국계 은행의 한 임원은 이렇게 실토했다. “외국계가 뭐 그리 대단한, 선진화된 시스템이나 수가 있는 게 아닙니다. 한국에서 환차익과 금리 따먹기로 재미봤는데 이젠 한국에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은행들은 환차익이나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한 이익을 노리고 단기 해외차입을 크게 늘렸던 게 사실이다. 참 솔직한 말인데도 그동안 그렇게 벌었나 싶어 허탈하기까지 하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 뿌리내리고 안착한 금융사는 손꼽을 정도다. 보험 쪽엔 외국계가 많지만 토종 보험사에 눌려 오래도록 기를 못펴고 있다. 마치 첨단 유통 시스템을 자랑하다 10년 만에 철수한 까르푸가 연상된다.

국가뿐만 아니라 금융, 일반산업도 마찬가지다. 바닥까지 추락해 봐야 실체가 드러난다. 우리가 툭하면 비교하던 OECD 국가들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그들의 본모습을 확인했다. 뭔가 있어 보이던 거대 외국금융사들이 지독한 모럴헤저드나 탐욕으로 베일에 가려졌던 진상을 드러냈다. 그동안 그들의 허상을 봐 온 셈이다. ‘뽀샵’이 모두 지워진 민낯을 보는 것과도 같다.

국내 금융산업도 유례없는 불황이다. 살아나는 곳과 서서히 도태되는 곳이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은행은 초저금리로 순익이 반토막이 났다. 카드사들은 대규모 정보유출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증권업계는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고는 하지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엄동설한이다. 거래대금이 쪼그라들면서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증권사들이 속출했다.

대다수가 어닝 쇼크를 내는 와중에서도 상당히 선방한 금융사가 나타나고 있다. 대외여건도 그렇거니와 적어도 소비자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사들은 돈 벌 궁리보다는 있는 곳간 지키기에도 바쁘게 생겼다.

금융에 이제 본 게임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거품이 있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다. 거품이 걷히면 진검승부의 기회가 더 많아지는 법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국내에서는 먹거리가 없어 보이는 국내 금융업계의 숙명은 해외에 있다. 국내에선 더 이상 에너지를 분출할 곳이 마땅치 않다.

다들 밑천이 드러난 지금이 바로 진정한 승부의 장이다. 그 승부의 장은 다름 아닌 세계 시장이다. 세계지도를 제대로 펼칠 때가 온 것이다. 안주하는 곳과 뻗어나가는 곳의 차이는 향후 10년 안에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형곤 금융투자부장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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