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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이수곤> 아마존, 더 센놈이 나타났다?
지난 2006년은 한국 유통업계엔 의미가 큰 해이다. 월마트가 그해 점포 16개를 이마트에 매각하면서 사실상 철수했고, 같은 해 카르푸도 한국을 떠났다.

그러나 8년이 흐른 올해 환경은 더 복잡하다. 또 다른 유통 강자가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 이번엔 차원이 다른 온라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마저도 최대의 적수로 꼽고 있는 아마존이 지난달 초 한국법인 대표를 임명한 데 이어 최근 직원 채용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온라인 유통 공룡이 한국에 들어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갈수록 쇼핑 방법이 시공을 초월한 온라인(모바일)으로 갈 뿐만 아니라 점포 개설 등 유지비용이 비싼 오프라인과는 달리 온라인은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 실제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직접구매(직구)한 금액은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 5년 후엔 8조원으로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직구의 물품은 폴로티셔츠에서부터 잡화, 화장품, 65인치 TV 등 혼수용품까지 망라한다. 아마존코리아는 이러한 해외직구 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국내 업체들은 아마존에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지난 2006년 월마트 퇴각처럼 토종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전양판점, 백화점 등이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소비 선택이 애국심, 제조 공급자나 유통업체의 인지도ㆍ인접성에 주로 좌우됐지만, 지금은 소비자 자체 판단에 따른 만족도나 가격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유통사들이 각종 규제로 손발이 잘려 대응이 여의치 못한 점도 우울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고객들을 자꾸 매장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대형마트의 경우 월 2회 강제휴무에다 하루 13시간(밤 9시~오전 10시) 영업금지 같은 규제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되고 있다.

물론 아마존 진출의 영향이 과장됐다는 주장도 있다. 온라인이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배송 기간이 길고, 품질이 안 좋을 경우 반품도 번잡하기 때문에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하는 소비자도 많다는 것이다.

또 요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이 병행수입을 늘리고 있고 자체 온라인 유통망도 잘 돼 있기 때문에 파장이 제한적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미국 상황을 세심히 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 등 온라인 공세에 월마트가 지난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줄어드는 등 쇠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즉 아마존의 파괴력이 상상 이상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을 무조건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유통산업을 지원 않더라도 최소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업체들도 오프라인 바탕으로 온라인 경쟁력을 더 키워야 안방을 지킬 수 있다.

소비자들은 3만달러 시대 수준으로 소비하는 데 정치권은 여전히 500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유통산업 기반이 취약해 해외직구로 국부유출이 지속된다면 정치권, 정부에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수곤 소비자경제부장 lee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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