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라이프스타일 부장] “기분이 가라앉아 있거나 불안할 때, 또 우울하거나 외로울 때는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2번 몰다우,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을 들어보자. 집중력이 없을 때는 하이든의 ‘현악4중주곡 17번’과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2번’, ‘현악5중주곡 5번’을 감상하라.”

일본의 권위있는 문화예술상인 ‘기라가와 에이지 문화상’의 1978년 수상자는 의사였다. 후쿠오카대학 의학부 교수인 다나카 다몽 박사는 임상실험을 통해 음악이 인간 정서의 가려운 곳을 세심하게 긁어주면서 즐거움을 주는 것을 넘어 치료까지 한다는 점을 밝혀내고, 컨디션 맞춤형 좋은 음악 처방을 집대성했다. 그의 연구성과는 1988년 ‘혼자서 할 수 있는 음악요법’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전해지기도 했다.

그의 작업은 예술가가 이었다. 도쿄예술대학 사쿠라바야시 히토시 교수는 1992년 ‘비발디를 들으며 시작하는 하루’를 펴냈다. 히토시 교수는 “협주곡은 종합적 사고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치료를 넘어 인간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실증한다.

두 사람의 연구결과는 이렇다. 음악, 특히 클래식은 뇌 속 구피질(舊皮質:paleocortex)을 자극해 기분전환, 신체활동 및 상상력 촉진, 기억력 증진, 정신활동 활성화 또는 진정, 생활의 리듬감 확보 등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처방은 매우 구체적이다. 조급할 땐 브람스의 ‘현악 6중주’, 긴장될 때엔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제1,2악장’, 의욕이 없을땐 ‘슈베르트의 교향곡 5번 제1악장’을 들으라 충고한다. 특히 두통엔 거쉬인의 ‘파리의 아메리카인’, 비만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제2악장’, 변비엔 ‘쇼팽의 마주르카 무곡’ 또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감상했더니 신체의 병까지 치료되더라는 것이다.

이들의 임상결과가 결실을 본 직후 국내에도 한국예술치료협회가 생겼다. 협회는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노래, 춤, 벽화 등을 통해 마음을 다스렸으며, 영혼과 질병의 치유를 위하여 예술을 사용해왔다”고 한다.

미술 활동은 유희성, 상징성, 참여성, 즉흥성 등 미술 특성을 통해 심리적 신체적 고통의 경감, 정신적 성장. 소근육과 시(視)지각 발달, 집중력 제고 효과가 있고, 음악은 자긍심과 인지력, 자기지향성 향상, 상상력 자극 등의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무용은 신체와 정신의 통합. 자기표현력, 내적갈등의 승화, 잠재능력 개발. 자발적 움직임을 통한 슬픔 분노 갈등 공격성의 배설 등에, 연극은 협동심 배양, 억압된 감정의 표출, 대인관계 개선 등에 좋다고 예술치료협회는 설명한다.

문화예술 경험, 이토록 좋은데, 우리 아이에게, 어른들에게 참 좋은데…. 교육현장은 참으로 인색하다.

2009년 개정돼 현재 적용되고 있는 8차 교육과정엔 집중이수제라고 해서 입시에 별 도움이 안되는 미술,음악,체육,도덕은 3개 학년 중 한 학년에 배치해도 되는 재량권을 학교에 부여한다. 수업이 있더라도 수능 비중 높은 과목의 자습으로 활용되기 일쑤라는 교사 학생의 볼멘소리도 들린다. 학교에서 찬밥이다보니 동네 음악미술학원도 4~7년새 20%가까이 줄었다. 가뜩이나 입시지옥에 허덕이는 아이들이 마음을 풀어놓을 공간, 정서안정을 통한 능력 향상의 기회를 어른들이 빼앗은 것이다.

베네수엘라 슬럼가에서 마약과 술에 빠져있던 청소년들이 뜻있는 교육당국의 아이디어로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를 만든 이후, 이 나라 청소년 비행이 급격히 줄었다는 얘기가 온 지구촌을 울리고 있는데도 우리의 교육 책임자들의 예체능 홀대는 요지부동이다.

곧 새학기가 시작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행복시대를 열려면, 아이들부터 행복하게 하고, 비결 중 하나로 아이들에게 문화예술을 누릴수 있게 하라. 문화예술을 위한 행복 처방은 얼마나 편한가. 부작용이 없고, 하루 세 번 복용할 필요없으며, 의사나 약사와 상의할 필요 조차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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