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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빚 내 집 더 사고, 돈 더 주니 월세 살아라?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국토부가 19일 올해 업무보고에서 내놓은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은 ‘더 많은 사람이 빚을 내 집을 사는 것’, 그리고 ‘월세살이를 유도하고 주거급여를 더 주는 것’으로 요약돼서다.

작년부터 정부가 추진한 주택정책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우선 1%대 초저금리에 장기상환인 공유형 모기지 수혜자를 늘려 주택구매수요를 더하겠단 발상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봐야한다. 안그래도 전월세 대출을 쓰던 세입자가 집을 살 종잣돈은 모기지보단 오히려 집주인에 묶여있던 거액의 보증금일 가능성이 높다.

이걸 받아서 기존 빚을 일부 갚고 순수한 ’내 돈‘을 더 가져야 새 대출 규모를 줄일 수 있어서다. 작년 말 통계이긴 하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세입자가 집주인에 맡긴 보증금은 400조∼500조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를 제때 내줄 수 없는 ‘깡통전세’다. 보증금을 고려한 실질 담보인정비율(LTV) 70%, 총부채상환비율(DTI) 50%를 넘는 집이다. 한은은 이 비중이 전세 낀 전체 주택의 9.7%라고 밝혔다. 370만 전세 가구를 대입하면 36만가구가량은 이미 깡통전세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집을 살 ‘시드머니’가 줄어들 세입자들은 주택구매를 꺼릴 수 밖에 없다. 사더라도 중저가 주택을 고를 것이다. 작년 10월 공유형 모기지 시범사업 이후 서울 주택거래가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늘어난 건 이런 배경이 숨어있을 공산이 높다.

그나마 실적도 신통찮다. 실제 공유형 모기지 본사업이 시작된 작년 12월 9일 후 4일간 1321건이 접수됐다. 그 뒤 1월 말까지 40여일간 더해진 실적은 785건 뿐이다.

게다가 중저가 아파트보다 더 저렴한 연립ㆍ다세대주택은 공유형 모기지로 살 수 조차 없다. 어떻게든 빚을 덜 내려는게 서민가계의 심리지만 제도가 그렇다. 이번 업무보고에도 관련내용은 없다.

이 뿐 아니다. 국토부는 임대차시장의 구조가 변하고 있다며 민간임대사업을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민간임대의 핵심은 수익이기 때문이다. 전세보단 월세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그러나 한국 임대차시장에서 월세는 생소하다. 주거비가 얼마나 더 들지 가늠하기 어렵다. 201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RIR)은 2010년 23.1%에서 2012년 26.4%로 3.3%포인트 올랐다. 저소득층의 2012년 RIR은 33.6%로 전국 평균보다 7.2%포인트 높다. 여기에 각종 관리비는 빠져있어 실제 주거부담은 더 크다. 최근 월세 주거비가 자가를 앞질렀단 소식도 들렸다.

물론 정부는 올 10월부터 저소득 임차가구 85만호에 임차료를 월 11만원씩 보조한다. 3만원 늘린단다.

‘전세 산 적 없는 사람들의 주택정책’이라는 한 기사제목이 뇌리를 스친다. 박근혜 대통령의 저택이 포함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집들은 지금도 값이 오르고 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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