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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주 리조트 붕괴 참사, 결국은 또 人災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이 무너져 대학생 10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지붕이 내려앉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고 한다. 당시 강당에서는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500여명이 오리엔테이션을 받던 중이어서 피해가 더 컸다. 대학 생활을 앞두고 한껏 꿈과 기대에 부풀었을 꽃 같은 청춘들이 채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게 너무 부끄럽고 안타깝다.

결국은 인재(人災)였고, 예견된 사고였다. 관계당국과 리조트 업체, 학교와 학생회 등 관계자들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었다. 사고 무렵 강원 영동지방 폭설이 울산 경주까지 영향을 미쳐 이 지역에도 최고 75㎝의 눈이 내린 상태였다. 그러나 강당 건물은 일반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하중에 취약한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 구조였다. 그렇다면 안전을 고려해 지붕 눈을 치우든지, 강당 사용을 금지시켰어야 했다. 그런데도 리조트 측은 이런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근 울산에서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공장 지붕이 무너져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난 게 불과 며칠 전이었다.

관계 당국의 무신경과 안전불감증도 사고의 한 원인이 됐다. 리조트 강당은 단체 행사가 주로 열리는 다중 이용시설인데도 2009년 완공 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안전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경주시는 최근 많은 눈이 내리자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면서도 이곳은 제외했다. 체육시설로 분류돼 검사 대상이 아니라는 해명이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설물이라면 분류 방식에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안전점검을 하는 게 상식 아닌가.

학교의 무관심과 학생회의 무모함도 비난을 면키 어렵다. 당초 학교와 학생회가 공동으로 행사를 열려고 했지만 일정을 놓고 의견이 달라 학생회가 독자적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학생회 단독행사라 해도 1000여명의 학생이 참석한다면 학교 측은 마땅히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런데도 달랑 교통비만 지원하고 지도교수들은 대부분 따라가지 않았다. 폭설이 내린 것을 뻔히 알면서도 행사를 강행한 학생회의 준비소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는 명확히 밝혀야 한다. 건축물은 설계대로 지어졌는지, 규정대로 사용했는지 따져보아야 하며 시설물 안전점검에 대한 규정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학생 활동에 대한 학교 측의 주의 의무 역시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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