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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박인호> 우수를 맞는 농부의 마음으로!
19일은 내리던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다. 24절기에서 우수는 입춘(4일)과 함께 정월에 속하며, 입춘과 경칩(3월 6일) 사이에 든다. 음력 정월은 절기상 봄에 해당된다. ‘우수 뒤에 얼음같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슬슬 녹아 없어짐을 이르는 말로 우수의 특성을 잘 표현해준다.

물론 이때도 밤과 아침에는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고, 간혹 눈도 쌓이곤 한다. 겨울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그래도 해가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동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봄의 간이역쯤이 되는 우수는 그래서 봄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셈이다. 동장군이 잠시 심술을 부려보지만 ‘우수·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처럼,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져 봄기운이 돌고 초목이 싹튼다.

동북아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이 우수 때부터 농사가 시작되었다. 중국 한의학서 본초강목의 저자 이시진은 “우수 때 땅의 기운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하늘의 기운은 내려와 비가 된다. 사람에게 있어 땀은 천지의 비와 같다”고 했다. 농부는 논과 밭으로 나가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가 농민을 위해 지은 노래 ‘농가월령가’를 보면, 우수에 농민은 농기구를 손질하고 종자를 챙기며 한 해 농사 준비를 시작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수는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본격적인 영농을 준비하는 시기다.

또한 우수라는 절기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정결하게 하는 시기였다. 농가월령가 중 정월령에는 ‘일년 풍흉(豊凶)은 미리 알지 못하여도 있는 정성 다하면 하늘 재앙 벗어나니 모두모두 노력하여 게을리 굴지 마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렇듯 자기 일에 정성을 다하면 하늘의 재앙을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이 바로 농사였다. 그렇기에 우수를 맞는 농부는 시작의 과정에서부터 온갖 정성을 담으려 노력했다. 씨앗을 땅에 심어도 그 결과는 하늘에 달렸으니, 결국 농사란 농부의 기도하는 삶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이제 우수가 찾아왔으니 서서히 봄기운이 온 천지를 뒤덮고 얼었던 땅에 새 생명이 터를 잡을 것이다. 비록 밤과 아침에는 여전히 춥지만, 가만히 눈을 들고 귀를 기울이면 이미 공기 중에는 찬 기운을 뚫고 솟아나려는 생명의 기운이 그득하다.

귀농 5년차에 맞는 갑오년 우수에 대한 느낌은 이처럼 남다르다. 옛 농부의 마음가짐으로 조용히, 그러나 부지런하게 다가올 계절과 땅과의 대화(농사)를 준비하겠다고 다짐해본다.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이나, 인생 2막의 새로운 삶터로 전원행(行)을 준비 중인 예비 귀농·귀촌인 등 모든 이들이 우수를 맞아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목적한 길을 향해 힘찬 출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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