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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눔이 새리더십이다…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보면 보이는 부자들의 나눔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리더십의 체질이 변하고 있다. 강력한 지도력으로 조직을 장악하고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영웅적 CEO’가 리더십의 전형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독단적ㆍ직선적 카리스마로 상징되는 과거의 리더십은 저물고 나눔과 공유에 가치를 둔 리더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구시대 리더들은 장악력과 추진력은 탁월한 반면 나눔과 공유에는 인색했다. 조직을 장악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일관성은 좋았지만, 조직 내 반발과 갈등도 불러오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새 시대 리더들은 부와 권력을 주위 사람과 나눌 때 더불어 성장한다는 철학을 가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자기 손으로 일군 조직에서 스스로 최고경영자직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슐츠는 스타벅스 주식을 종업원들에게 나눠주고 파트타임 직원들에게까지 의료보험혜택을 제공하는 등 나눔을 실천했다.

이들은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가 경쟁하듯 내놓는 천문학적 액수의 기부금은 늘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든다. 이들이 가진 나눔의 리더십은 직원 만족과 동기 부여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마저 감동으로 사로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사회적책임은 지속가능 경영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4회 아너소사이어티 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처럼 나눔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한국의 대표 모임도 있다. 바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지난 2007년 12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사회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든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1억원 납부를 약정한 회원들의 모임으로,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이 참여하는 미국 내 토크빌 소사이어티와 같은 사회지도층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2008년 5월 첫 회원이 가입한 이후 2월17일 기준으로 모두 464명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고 이들이 기부한 금액은 535억원에 달한다.

회원수 역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07년 12월 모임이 처음 만들어진 후 200일이 지나서야 1호 회원이 탄생했지만 이후 회원은 급증세다. 연도별 신규 회원을 보면 2008년 6명, 2009년 11명, 2010년 31명, 2011년 54명에 이어 2012년에는 126명이 가입했다. 지난해 신규회원 수는 210명이며 올해도 벌써 26명이 새로 가입했다. 이들 가운데 기업인은 223명으로, 55.9%를 차지하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 1호 회원인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회장은 군 복무 중 다리를 다쳐 하반신 마비를 겪었으나 장애를 이겨내고 중소기업을 일궈냈다. 남루한 양벌과 헤어진 구두코로 대변되는 그의 삶은 ‘자린고비’라 할만큼 검소했다. 그만큼 자신에게 인색했던 그지만 결코 나눔에 인색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 모은 귀중한 돈을 전해야 했기에 가장 믿고 맡길 곳이 필요했다”며 아너 소사이어티를 찾았다.

최신원 SKC 회장은 부친이자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나눔정신을 이어받았다. 최 회장은 현장을 직접 찾아 봉사와 기부를 실천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기업가들이 솔선수범으로 나눔을 실천해야 더욱 밝은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5호 회원인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은 대표적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그는 새벽엔 신문을 돌리고 낮에는 메리야스 도매상에서 일하는 등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야학을 다니고 주산을 독학해 28세 때 부산 변두리에 공장을 차린 뒤 환편직기 4대와 미싱 9대를 놓았다. 그 공장이 양복 브랜드 ‘인디안’을 거느린 세정그룹이 됐다. 그가 겪은 어린 시절의 가난은 활발한 기부활동의 밑거름이 됐다.

스포츠인 가운데는 홍명보 국가대표팀 축구감독을 꼽을 수 있다. 누구보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대표팀을 호령하는 그이지만 그라운드 밖에선 ‘기부 천사’로 통한다. 홍 감독은 ‘수평 리더십’의 본보기로 꼽힌다. 그는 “재능이 많지만 독단적인 선수보다는 기량이 떨어지더라도 팀워크에 뛰어난 선수들을 선호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그의 철학은 기부활동으로도 이어진다. 그는 ‘홍명보장학재단’을 설립, 매년 홍명보 자선축구대회를 개최하고 소아암 치료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홍 감독은 지난 2009년 4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자선 축구대회 수익금 1억5000만원을 전달하면서 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정식 가입했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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