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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따보다 무서운 사이버폭력> 사이버 폭력 사범 엄격한 형사처벌…국내는 세부내용 보완 필요
<10> 해외사례


지난해 5월 22일 미국 뉴욕시 퀸즈빌리지의 109중학교에 다니던 12세 소녀 가브리엘 몰리나는 자신의 침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꽃다운 나이의 소녀의 자살은 미국 사회에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몰리나가 사이버 따돌림을 당했다는 친구들의 증언이 잇따랐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휴대전화에 ‘매춘부(a whore)’라는 모욕적인 문자 메시지가 온 사실이 밝혀졌다.

친구들과의 불화, 남자친구와의 결별로 벼랑 끝에 선 몰리나를 끝내 죽음으로 등떠민 것은 익명의 발신자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이른바 ‘가브리엘 몰리나’ 사건은 미국 내 사이버 폭력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도화선이 됐다. 사건이 발생한 뉴욕주는 사이버 폭력 사건을 형사범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으며, 뉴욕시 교육감은 시내 1700여개 학교에서 사이버 폭력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사이버 폭력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 혹은 목격자는 학교 상담사에게 즉각 신고해야 하며 이를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처벌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나아가 학교 당국이 교육청이나 경찰에 즉각 보고하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받는다.

한편 캐나다는 ‘파슨스’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폭력을 처벌하는 법을 주 정부 차원에서 도입하고 있다. 


17세 소녀 레테 파슨스는 지난 2011년 친구들과 10대 모임에 참석해 술을 마신 뒤 남학생 4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현장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그는 온ㆍ오프라인상에서 오랜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해 4월 4일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정부는 이후 사이버 폭력 전담 조사팀을 설치해 신고를 접수하고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조사를 벌이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해 주 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피해신고가 있으면 법원으로부터 보호 명령을 받아 가해자의 온라인 활동을 즉각 금지하고, 사이버 폭력에 사용된 컴퓨터나 전화를 압수해 조사에 들어가도록 했다. 또 가해자는 초범이라도 5000달러의 벌금이나 6개월 실형에 처하게끔 규정했다.

한편 미국의 경우 법률로서 사이버 폭력에 대한 독립된 정의를 제정한 주는 6개 주다. 이주형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미국은 각주마다 주법 차원에서 사이버 폭력에 대한 세부 규정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폭력은 시공을 가리지 않는 특성상 학교 밖에서 사이버 폭력이 발생해도 학교에서 관할하도록 규정하고, 형법 차원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아울러 “우리나라의 경우 사이버 폭력 자체가 교육법상 큰 틀 안에 기재는 돼 있지만 세부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이버 폭력은 일반 학교폭력과 양상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기존 규정에 사이버 따돌림을 추가하는 식으론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사이버 폭력 근절을 위해 예하입법이나 특별법 제정을 통해 세부내용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교수는 “한때 미국 내 심각한 사회악으로 규정돼 거의 사라졌던 학교폭력이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되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ㆍ고등학생이 주를 이뤘던 사이버 폭력이 대학생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 2010년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에 의해 동성애 장면이 중계방송돼 자살한 타일러 클레멘티 사건이 대표적 예다. 이로 인해 “미국은 교육법상 학교폭력에 대한 규정은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 대학까지 확대시키려는 입법 노력이 활발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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