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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쌍용차 판결이 고용 유연성 해쳐선 안돼
서울고등법원의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무효 판결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법원이 무효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회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회사와 회계법인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쌍용차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재판과 쌍용차 지부장 등 10명의 해고무효 소송도 고법에서 별도 진행되고 있다.

쌍용차 사태는 분명 시대의 아픔이다. 최악의 경영난을 겪던 회사는 전체 37%에 이르는 2646명에 대해 구조조정을 통보하고 이 가운데 165명을 해고했다. 노조의 평택공장 점거 파업은 강제 진압되었고, 이후 지난 5년간 24명의 근로자가 자살 등으로 생을 마감했다. 오랜 파업과 분쟁은 쌍용차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노사갈등을 증폭시켰다.

중요한 것은, 당시 상황에 대한 판단이다. 고법은 해고 무효판결의 근거로 손실 과다계상의 회계 조작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손실을 부풀리지 않았어도 2008년 감사보고서에 기록될 쌍용차의 손실은 1861억원이었다. 법원이 판단한 7110억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지만, 이 역시 쌍용차로선 감내하기 힘든 액수였다. 특히 당시는 투자재원도 없어 신차 개발까지 중단된 극한의 상황이었다. 어느 정도의 강제 구조조정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고용의 유연성’이라는 시대의 숙제에 큰 부담을 안겨 주었다. 법정관리 하에서 파산법원의 지시로 제출한 인력 구조조정안을 고법이 뒤집어 무효화시켰다. 문제는 경영상 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이 계속될 수 없는 경우’에만 정리해고를 인정한다든가,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와 구체적인 해고회피노력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올라와 있다. 사전 고용영향평가제 도입,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법안들도 대기 중이다. 회사가 당장 문닫을 상황이 아니라면 근로자 보호를 위해 손해보는 장사를 계속하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이래선 고용의 유연성이 헛된 꿈일 수밖에 없다.

올해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등으로 연초부터 노사 간 대립이 첨예하다.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으려면 기업들은 쌍용차 같은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명확한 정리해고 및 구조조정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계도 사측과의 믿음 하에 고용의 유연성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고 이후 재활이 가능하도록 사회 안정망을 확충하는 정부의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 고용창출도 하면서 근로자 보호도 함께해야 하는 것, 이것이 우리 사회의 큰 과제다. 이걸 기업이 혼자 부담하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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