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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최악으로 치닫는 여수 원유 유출사고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는 한 마디로 ‘부주의의 결정판’이다. 납득할 수 없는 잘못된 접안 시도에서부터 늑장 초동 대응, 유출량 허위ㆍ축소 보고, 당국의 무능과 무지가 버무려져 최악의 해양 재난 방재사를 써가고 있다. 최근 20여년 동안 여수 앞 바다에서 발생한 대형 기름유출 사고만도 벌써 10건이 넘는데, 대응 매뉴얼은 간 데 없고 우왕좌왕하다 피해만 더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사고가 난 지 벌써 닷새가 지났지만 아직도 정확한 원인이나 유출된 기름의 양 등 확인되지 않은 것 투성이다. 여수 해경이 3일 공개한 CCTV 화면을 보면 원유운반선인 16만4169t급 우이산호는 접안 때 7노트의 속도로 접근했다. 이럴 때는 2~3 노트 수준이 상식이다. 그렇다면 우이산호는 초당 무려 3m의 광속으로 돌진해 그냥 들이받은 꼴이다. 거의 음주ㆍ졸음 운전 수준이다. 23년 경력 베테랑 도선사 실력이라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일이다.

기름 유출량도 잘못 알려졌다. 처음에는 그저 수십 톤 정도의 단순 접촉사고로 여겼으나 현재까지 파악된 양은 16만4000ℓ(약 164t)에 이른다. 사고 직후에도 송유관이 계속 열려 있었다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른다. 보고 과정에서 축소ㆍ은폐한 흔적도 보인다.

기름유출 사고는 어떤 상황에서든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자칭 해양 전문가라는 해양수산부 장관 조차도 이틀 후에나 찾아와서는 코를 틀어막고 “이렇게 피해가 클지 몰랐다”, “보상 문제는 원유사와 보험사가 알아서 하라”며 피해 어민들을 두 번 울렸다. 태안 사태, 시프린스호 사고에서 우린 도대체 뭘 배운 것인가. 주민들은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군인들은 사고 때마다 동원되고, 국민들은 노심초사하며 자원봉사자로 거든다. 정부예산도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이 투입된다. 이 얼마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인가. 친환경하고 생태계 복원한다고 수십억, 수백억원을 쏟아 부어 봤자 헛일이다.

당장은 사고 수습이 시급하다. 특히 인근 어가의 2차 피해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재 설비가 부족하면 해외에서라도 사와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사고 선박 관계자와 도선사는 물론 송유관 관리회사 등 관련 있는 모두를 꼼꼼히 조사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최악의 해양 기름유출사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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