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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아! 정세영 회장
고 정주영 회장 일가가 1998년 6월 ‘소떼 방북’으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튼 직후. 정 회장의 친동생이자 ‘포니 신화’의 주인공인 고 정세영 회장의 성북동 꼭대기 집 앞에서 밤새 진을 친 덕분에 어렵게 출근길 동승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때 정세영 회장은 계동 사옥까지 허락된 20분도 채 안되는 짧은 인터뷰 시간에 쫓겨 방북 성과에 관한 질문만 다급히 쏟아내던 기자에게 “큰 일이야. 지금도 늦었어. 빨리 (이산)가족들 만나게 해 줘야 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그날 인터뷰 기사 제목은 ‘더 늦기 전에…’였다. 

그때가 벌써 16년 전이다. 그렇지만 두 형제 회장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남북 이산가족상봉은 2010년 18차 만남을 끝으로 3년 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17일부터 22일까지 재상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겉으론 조건없는 상봉을 얘기하면서도 ‘선(先) 키리졸브 한미 군사훈련 중단, 후(後) 재상봉’하자는 심산이다. 작년 9월에도 상봉일을 나흘 앞두고 돌연 행사를 취소해 이산가족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북한이다. 부디 5일 판문점에서 이뤄질 남북 실무접촉에서는 그런 몽니가 되풀이되지 않길 기대한다. 


지난해 말 현재 이산가족 신청자는 12만9264명. 이 가운데 이미 5만7784명이 사망했다. 이제 남은 생존자는 7만1480명이다. 이 가운데 80대가 2만9819명, 90대 이상이 7950명이다. 생존 신청자의 53%가 80세를 넘는다. 그 연세 또래의 평균 수명은 80세 전후다. 북한이 꼼수를 피우는 이 시간에 어느 어르신이 또 북녘땅을 보며 눈도 못 감고 세상을 뜨고 있다. 지금도 먹먹한 표정으로 “빨리 만나게 해 드려야 해…”하며 안타까워하던 고 정세영 회장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조진래 기자/jjr@heraldcop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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