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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이민화> 한국 의료 미래, IT 융합서 찾아야
만성질환관리는 1 · 2차의료기관
전문성 자문은 3차의료기관이
의료비 현실화 상생구조 가능
u - 헬스 위한 규제개혁 필요


한국은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의료복지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8%대를 투입하지만 의료 사각지대가 없는 반면, 미국은 두 배가 넘는 17%를 투입하고도 30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정상적인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의료복지에 관한 한 한국은 미국보다 선진국임을 자부해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한국의 의료비 증가폭을 보면 낙관적인 자부심은 접어야 할 것 같다. 한국의 연간 의료비 증가는 9% 수준으로 3년 내 OECD 평균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의료제도가 더 이상 효율적이 아니라는 의미다. 폭증하는 의료비를 국가가 감당하기 위한 대안은 국민 부담을 올리는 것이지만, 정권 차원에서 이는 수용하기 어려운 마지막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보건당국은 우선 의료비 억제로 대처할 수밖에 없게 된다. 포괄수가제, 보험급여 삭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료비 억제를 지속한 결과 의료인들의 불만은 높아졌다. 여기에 약품 등의 리베이트에 대한 쌍벌제 적용으로 그나마 부족한 수입 보전대책을 빼앗긴 의사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궁여지책으로 의료계는 비보험 의료 분야를 개척하게 되었다. 보험수가만으로는 대부분의 병ㆍ의원들이 적자를 면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 볼 수도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지속적으로 건강보험 비급여를 확대해 병원의 수익원을 축소시킨 결과 과잉진료, 가상환자 등 편법 의료가 확산됐다.

이제 보건당국과 의료계의 상호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의료계는 그동안 의료비 감축 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편법 의료를 당연시하게 됐고, 당국은 의료비 현실화를 한다고 해도 편법 의료가 사라질 것이라는 신뢰를 갖지 못하게 됐다. 어떤 정책이 나오더라도 의료계와 보건당국의 불신은 해소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문제 해결의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의료비 감축과 수입 확보를 위한 당국과 의료계의 갈등을 현상적으로만 보지 말고 문제의 근원을 찾아야 한다. 문제의 근본은 급격히 증가하는 의료비다.

보건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의료비가 연간 9% 증가할 때 노인 의료비는 30%로 급증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2000년 65세 이상 노인의 총진료비는 3조원에서 매해 증가해 급기야 2012년에는 전체 진료비의 3분의 1을 넘어선 18조원에 달했다.

그렇다면 의료계와 보건당국은 솔직히 문제를 털어놓고 노인 의료비 급증에 대한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의료비 급증 문제가 해결되면 당국은 의료비 현실화에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의료비가 현실화되면 편법 의료가 축소될 것이고 단속의 명분도 충족된다.

노인 의료는 근본적으로 진단과 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다. 대부분의 노인 의료비는 당뇨, 고혈압, 천식, 심부전, 치매 등 급증하는 만성질환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만성질환을 전통적인 병원의료 시스템에 수용하는 것은 고비용 구조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만성질환의 초기 진단과 근원적 치료는 오프라인의 병ㆍ의원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대안은 생활 속의 의료다. 바로 의료와 IT의 융합인 u-헬스를 위한 글로벌 기준의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원격의료는 진단과 치료가 목적이 아니다. 원격의료는 관리의 효율화를 위한 대안이다. 만성질환 관리는 1, 2차 의료기관이 담당하고 정부는 이를 충분히 보상하자. 전문성에 대한 자문은 3차 의료기관이 제공하자. 모두가 원하는 상생구조가 가능해진다. 의료대란의 해피엔딩을 기대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민화 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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