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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뮤지컬 배우 이건명 “외로움, 집착과 광기가 프랑켄슈타인을 많이 닮았죠”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뮤지컬 배우 이건명은 제작발표회에 찾아온 팬들에게 “왔어?”라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배우다. 그런 그가 오는 3월 개막하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집착과 광기, 외로움 등 복잡한 내면을 지닌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을 맡는다.

“프랑켄슈타인은 어린 시절 심각한 애정결핍을 겪었죠. 저도 어릴 때 집이 어려워서 초등학생이 똑바로 서지 못할 정도로 낮은 다락방에 다섯 식구가 살았어요. 부모님은 저희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바빠서 신경써 주실 겨를이 없었어요. ‘왜 난 항상 큰형, 작은형 다음일까’라는 바보 같은 생각도 했었죠.”

그는 매일매일 무대에 서고 싶어서 더블 캐스팅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집착’이 강하다.


“컴퓨터도 못하고 정치도 잘 모르고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요. 많은 배우들이 그렇지만 가족과 사랑, 무대밖에 모르고 살았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한 개만 알면 거기에 대한 집착과 광기가 크죠. 어쩌면 그런 저의 집착과 광기가 프랑켄슈타인과 많이 닮았다고 볼 수 있겠죠.”

올해 나이 마흔셋, 뮤지컬 경력 20여년으로 수많은 무대에 섰지만 프랑켄슈타인은 그간 맡았던 역할과 전혀 다른 새로운 캐릭터다. 원작 소설에 나온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을 버린 냉혹한 인물.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의 인간적인 면이 부각될 것이라고 한다.

“연습 때 노래를 부르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나서 다음 노래를 못 할 정도였어요. 그건 아마도 프랑켄슈타인의 인간적인 면이 너무나 강렬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들끼리 1막만 리딩하고도 진이 빠져서 2막은 어떻게 하느냐는 얘기를 나눌 정도였죠.”

하지만 이처럼 깊고 복잡한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하루하루가 흥미롭고 즐겁다고 그는 말했다.

“이번 작품은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휴머니즘이 많이 들어가 있고 그렇다고 휴머니즘이 주라고 하기도 어려워요. 대한민국에서 처음 보이는 새로운 장르가 구축될 것입니다.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이 중학생 이상 관람가인 경우는 많지 않은데 그렇게 정한 이유가 충분히 있을 거예요.”


그간 이건명은 뮤지컬 ‘렌트’ ‘맘마미아’ ‘미스 사이공’ ‘잭더리퍼’ ‘삼총사’, 연극 ‘트루웨스트’ 등 대극장, 소극장, 연극, 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쉼없이 달려왔다.

“프로축구 선수들도 경기 한 게임 뛰고 나서 힘들어하는데 조기 축구회 아저씨들은 일요일 하루에 세 게임도 뛰어요.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좋으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체력 관리를 위해 분식으로 식사를 때우기보다는 잘 챙겨먹고, 항상 차에 조깅화를 싣고 다니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뛰죠.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보다, 좋아서 무대에 오르기 때문일 거예요.”

그렇게 좋아하는 뮤지컬을 계속 해오다보니 어느 새 일본, 중국팬을 거느린 글로벌 배우가 됐다. 그의 팬페이지에는 회원가입 절차, 그가 출연 중인 뮤지컬 ‘삼총사’ 공연장 가는 방법 등이 일본어로 친절하게 소개돼 있다.

“한국인은 매운 청양고추도 고추장에 찍어먹는 민족이잖아요. 같은 노래를 불러도 영혼을 토해내듯 불러 젖히죠. 일본 뮤지컬팬들은 항상 정제된 연기만 보다가 한국 뮤지컬을 보고 ‘문화적 쇼크’를 받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가슴에 태극기를 달았다’ 생각하고 일본과 중국을 오가고 있습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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