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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함영훈> 손님 재울 호텔 짓자는데...관광진흥법 조속히 처리해야
[헤럴드경제=함영훈 라이프스타일부장] 2003년 1월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 시절, 문체부 파견 국장으로 처음 만났던 유진룡 장관이 그때 처럼 요즘도 매우 바쁘다. 한류의 새로운 청사진 그리랴, 동계올림픽 출전선수 격려하랴, 국악인과 비보이들 다독이랴, 외래 관광객 유치하랴 할 일이 참 많다. 가뜩이나 2일부터 세종청사로 옮기는 바람에 어수선한데, 현안이 있는 곳곳을 넘나들며 단내 나게 일하고 있다.

그는 ‘노무현 인수위’에서 당시로선 그리 귀에 익지 않은 ‘문화산업’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자신이 소관 국장을 역임해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그는 차관이 될 때까지도 기조를 이어갔다. 유 장관은 당시 “산업이 문화적 창의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며 산업과 문화의 접목, 문화의 산업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전에 없던 멍석을 깔아주자, 방송-문화-예술계는 고객이라는 개념을 새로이 접하면서 고객 요구에 맞는 문화상품 개발에 산업적 마인드와 창의력을 잘 조화시켜 눈부신 성장을 견인했다.

지구촌 고객이 한국 문화라는 상품을 소비하면 국격이 높아진다. 아울러 세계 곳곳의 손님들이 한국에 몰리게 된다. 국격이 높아지고 손님을 많이 오다보면, 우리가 알퐁스도데의 ‘별’과 이솝의 ‘양치기 소년’ 등 외국 이야기를 교과서를 통해 배웠듯이, ‘은혜 갚은 인왕산 호랑이’와 ‘파멸 부른 태백 황부자의 탐욕’ 등 한국 스토리가 유럽, 미국 교과서에 등장할 날도 올 것이다.

그래서 문체부의 핵심 과업은 두가지 즉, 한국 문화를 잘 파는 것, 외국 손님을 잘 모시는 일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소임은 문체부가 이 과업을 잘 하는지 지켜보고 충고하며, 필요할 때 세게 밀어주는 것이다.

최근 몇 달동안 문체부가 한 일 중에 가장 신선했던 것이 관광경찰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어려운 점을 즉시 해결해주는 역할이다. 23일로 출범 100일째를 맞은 관광경찰은 서울 도심 등지에서 9000여건의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무자격 가이드, 택시 콜밴 불법 영업, 호객행위 등 132건을 적발했다. 그래서 관광객 불편 신고는 24.3%가 줄었다. 참 잘한 일이다.

문체부 할 일이 태산같은데 유독 관광을 거론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문화를 세계인들이 소비토록 하는 일은 관보다 민이 잘해야 하는 것이지만, 관광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틀을 잘 만들어놓는 것이 성패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때문이다. 관이 규제의 ‘물꼬’를 터주면, 관광분야에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일이 참 많다.

대표적인 예는 호텔방 문제다. 춘절 중국관광객이 대거 몰려올텐데 잠 잘 호텔방이 태부족이라고 한다. 알고보니 업계는 규제 때문에 호텔을 못짓고, 당국은 관광 경쟁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못 지을 수 밖에 없는 악법’을 계속 적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해 840만명이 찾는 도쿄엔 11만2000개의 호텔객실이 있는데, 1100만명이 찾아오는 서울과 수도권의 객실은 4만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손님 내쫓는 인프라이다.

알고보니 학교근처에 호텔을 못짓게 하는 현행법을 지키다 보니, 서울에 지을 땅이 없더라는 것이었다. 공중위생관리법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내 설치할 수 없는 숙박업소에서 호텔은 제외돼 있는데, 관광진흥법과 학교보건법은 호텔 조차 학교에서 50미터 이내면 못짓게 하고, 200미터 이내이면 정화위원의 까다로운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제하고 있다. 특별법이랍시고 관광숙박시설 확충법이 있는데, 단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건축을 불허할 수 있게 해놨다. 이런 규제를 없애자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 간지 1년3개월이나 지났지만 상임위에서 딱 한번 토론하고 말았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파리 잡다가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이 있다. 특정기업이 허가를 기다리고 있어 그 기업만 특혜 줄까봐 라든지,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신속처리를 당부했으니 야당답게 막아야 한다느니 하는 생각은 참으로 소아병적이다. 아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내 나라 찾아오는 손님 내쫓는 이런 행태는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국격과 관련된 중대사인 만큼, 여-야-정이 어른스럽게 처리하기 바란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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