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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기업 잡으려다 中企잡는 우(遇) 범할라
정기적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라는 대법원 판례에 관한 정부 후속안이 곧 나올 모양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주 안으로 기본급 상향, 임금체계 단순화를 골자로 한 임금체계 개편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노ㆍ사ㆍ정 논의 등을 거쳐 4월 국회 통과 목표로 법개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판례의 소급 적용을 억제하고, 다음 임단협까지는 기존 노사안을 적용하자는 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노사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알아서 해결하라는 취지인 듯하다.

이 안이 현실화되면 죽어나는 건 중견ㆍ중소기업이다. 엄청난 추가 비용이 초래될 대기업은 당연히 시행이 어려워 노사 간 오랜 기간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것이다. 결국 중소기업이 먼저 총대를 메 더 힘들어 질 수 있다. 대기업 노사가 수용한다 해도, 경험상 그 부담은 어떤 형태로든 하청기업으로 전가될 것이다. 제대로 노사 협의가 안 돼 기업 상대 소송도 줄을 이을 수 있다. 소송 가능하니 준비하라고 부추기는 이들도 나올 것이다. ‘풍족한’ 대기업에 타격을 줄 수도 있는 판례라며 내심 반기는 이들도 있었겠지만, 정작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막심할까 우려된다.

차제에 경제민주화한다면서 대기업 잡겠다고 만든 법과 규제를 한번 들여다보자.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형 마트 잡겠다고 영업일수에 영업시간까지 묶었는데 재래시장 이용이 활성화되었는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규제혁신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기업 관련 규제입법안들이 줄줄이 국회 대기 중이다. 경영상 정리해고를 ‘사업이 계속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하는 법안, 주당 근로한도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법안, 최저임금을 근로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법안, 그리고 반값 등록금 법안 등…. 기업의 발목을 잡고 국민과 기업의 세금으로 손쉽게 충당하려 하는 법안이 차고 넘친다.

마구잡이식 입법은 경제를 죽이는 길이다. 현실성 없는 섣부른 입법은 독이다. 한번 만들면 바꾸기 어렵다. 좋은 법안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쁜 법안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20일 열린 한국경제연구원의 정책리스크 세미나에서 한 발제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스나이퍼(저격수)다. 그런데 정부는 마치 람보 같다.” 정확히 상대를 추적해 응징하면 될 것을, 다연발총을 마구 쏴 대고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 잡으려다 중견ㆍ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몇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무고한 1명을 다치게 해선 안 된다. 비정상을 정상화한다고 해 놓곤 새로운 비정상을 만들어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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