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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과학의 민중사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갈릴레오 갈릴레이,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은 우리가 과학자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름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교과서와 위인전기 등을 통해 어떻게 이 과학자들이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놀랄 만한 새로운 이론이나 법칙 등을 제시해 현대 과학 기술 문명을 이룩하는 데 영향을 미쳤는지를 배웠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가 클리퍼드 코너가 쓴 ‘과학의 민중사(사이언스북스)’는 이 같은 기존의 과학 역사 서술에 반기를 든다. 저자는 과학의 역사를 아래로부터 서술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과학의 발전이 수많은 사람들에 의한 집단적인 성취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책은 바다와 별들에 대한 풍부한 지식으로 마젤란을 비롯한 유럽의 항해자들에게 항해술과 토착 천문학을 전수해 준 태평양 섬의 원주민들부터 20세기 후반 대학 연구실이 아닌 차고와 다락방에서 과학적 혁신을 이루어 낸 비제도권 젊은 혁신가들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과학 지식의 생산과 전파에 당당히 한몫을 했던 수많은 보통 사람들을 소개한다.

“어느 시대에나 대중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위대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들은 대개 모든 찬사를 독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인류의 진보에는 보다 작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도 공헌했다. 모든 전쟁사에는 장군의 이름만이 기록되지만, 승리를 일구는 데에는 병사들의 용기와 영웅적인 행동 역시 필수적이다. 우리의 인생 역시 전쟁과 같다. 어느 시대건 간에 일선에서 싸우는 병사들이 가장 훌륭한 일꾼들이다. 이들의 인생은 기록되지 않지만, 일대기가 기록되는 몇몇 행운아들 못지않게 문명이 진보하는 데 크나큰 공적을 남겼다.”(477쪽)

저자는 문자나 수의 개념, 숫자 계산의 발명이 계몽된 개인들이나 지적 엘리트가 아닌 경작자와 장인, 상인 등의 노동 절약적 혁신의 산물임을 밝힌다. 또한 저자는 에너지의 보존과 변환 법칙들은 이론가들의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증기 기관의 효율성을 조금이라도 높여서 이윤을 높이기 위한 엔지니어들의 치열한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선배 과학사학자, 역사학자, 장인 저술가들이 기록으로 남긴 수많은 사료들과 연구 성과들로부터 찾은 시대와 지역, 분야를 넘나드는 사례들을 통해 장인들의 경험적 과학과 노동자들의 실천적 지식이 과학 지식의 생산과 전파에서 보다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했음을 증명한다. 이 같은 증명을 바탕으로 저자는 장인들의 손노동은 지적 노동에 비해 열등한 것이라는 그릇된 선입견을 타파함과 동시에, 과학 이론이 언제나 기술 진보의 전제 조건이었으며 역사적 중요성에서 과학이 기술보다 앞선다고 보는 오늘날의 시각 또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역사 정치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하워드 진은 “지금껏 이와 같은 책은 없었다. 과학의 역사에 진정 새로운 관점을 던져 주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인류의 위대한 발전에 남겨진 보통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낸 역작”이라고 이 책을 평가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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