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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59-7번지’ 옆집처럼 생생한 우리네 가족이야기
큰딸 경옥은 여자 문제와 금전 문제로 속을 썩이는 남편 춘택 때문에 늘 악을 쓴다. 장남 준봉은 사업이 어려워져 길바닥에 나앉을 처지다. 둘째딸 경숙은 글을 쓴답시고 취직도 안 하고 있는 백수다. 셋째딸 경님은 결혼도 하기 전에 임신을 했다. 막내아들 옥봉은 패싸움이나 하고 다니는 철부지다.

이런 다섯 남매를 둔 영순은 그러나 행복하다. 자식들이 97만원이나 하는 칠순 기념 가족사진도 모자라 칠순잔치를 벌여준다고 매일 회의까지 하기 때문이다. 영순은 “잔치한다고 돈 쓸 생각하지 말고 전화하면 잘 받기나 하라”며 손을 내저으면서도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기 바쁘다.

하지만 칠순잔치 비용이 부담스러운 자식들은 모이면 으르렁거리기만 한다. “장남이라고 한 게 뭐가 있냐” “글 쓴다고 방구석에서 퍼들인 세월이 아깝다” “왜 그러고 사냐”며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고 급기야 머리채를 잡고 싸우기도 한다.

남매의 갈등은 영순의 칠순잔칫날이 가까워올수록 극에 달하고,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영순은 자식들을 기다린다.


다섯 남매 모두 저마다 처해 있는 갑갑한 상황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지만 이를 웃음으로 승화시켜 보는 관객들을 유쾌하게 만든다. 남매들의 아웅다웅 말다툼은 바로 우리 집, 또는 옆집의 생생한 대화를 듣고 있는 것처럼 현실적이다.

남들보다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서로 상처 주고, 당연한 듯 이기적으로 행동하면서 멀어지지만 결국 한군데 모일 수밖에 없는 것이 가족임을 보여준다.

‘959-7번지’<사진>는 이제는 춥고 화장실도 불편해서 자식들은 자고 가는 것을 꺼리지만 영순에게는 다섯 남매를 낳고 기른 소중한 집 주소다.

오는 26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전석 2만5000원.(02-3676-3676)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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