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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의 본질은 끝없는 ‘공허’…
6년만에 개인전‘ 리-아타(RE-ATTA)’여는 김아타
도시의 모습 담은 사진 1만장
레이어링의 끝은 회색의 안개
온 에어 프로젝트 마지막 시리즈
9일부터 313 아트프로젝트서 1부


사람이 북적이는 거리,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도시의 구석구석을 담은 1만장의 사진이 모였다. 이를 하나씩 하나씩 포개면 어떤 모습이 될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마지막 레이어링을 끝냈을 때 화면에는 회색 안개만이 남았다. 끝없는 ‘공허’ 그 자체다. 런던도, 파리도, 뉴욕도, 베를린도, 프라하도, 베이징의 풍광도 다르지 않았다. 본질에 천착하는 작가, 김아타(57ㆍ사진)의 ‘온 에어 프로젝트(ON-Air Project)’의 마지막 시리즈인 ‘인달라 시리즈’중 ‘도시인달라’다. 


사진작가 김아타가 오랜 침묵을 깨고 개인전을 연다. 2008년 로댕갤러리(현 플라토) 이후 6년 만이다. 지난 3일 경기도 파주의 작업실에서 만난 김아타는 최근 6년간 작업에 몰입해 있었다며 “타임캡슐처럼 50년, 100년 후에 봐도 도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도시의 역사ㆍ디자인ㆍ건축을 담았다”고 말했다.

김아타의 개인전은 강남구 신사동 ‘313 아트프로젝트’에서 ‘리-아타(RE-ATTA)’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작가의 뜻을 담았다. 전시는 김아타의 작품세계 전반을 재조명하며 2년 동안 3부에 걸쳐 열린다. 오는 9일부터 2월 7일까지 열리는 1부에서는 대작과 소품을 합해 40여점 정도가 선보일 예정이다. 

온 에어 프로젝트 110-9,뉴욕 시리즈, 파크 애비뉴,8시간 노출, C-print, 188×248㎝, 2005 [사진=313 아트프로젝트]

1부는 김아타가 작가로서 주목받게 해 준 온 에어 프로젝트의 완결편으로, 뉴욕ㆍ베이징ㆍ뭄바이 등 세계 주요 도시의 특정 장소에서 조리개를 8시간 열어둔 채로 촬영한 ‘8시간 시리즈’, 수만장의 사진을 중첩하여 최종적인 이미지를 얻어내는 ‘인달라 시리즈’, 역사적 의미를 지닌 조형물들을 얼음조각으로 만들고 그 조각이 녹아들어 가는 과정을 촬영한 ‘아이스 모놀로그’가 선보인다.

특히 인달라 시리즈는 수백에서 수만장의 사진을 중첩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 것으로, 작가 스스로 온 에어 프로젝트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도시인달라에 이어 도덕경(5290자), 논어(1만5817자), 반야심경(260자)도 한 자 한 자 겹쳐 최종적인 이미지를 얻었다. “세상 모든 이치를 다 담고 있다는 도덕경을 한 자 한 자 포개니 솜사탕 같은 구름으로 변했다”며 “동양사상을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사실은 뜬구름 잡는 뜰채”라고 말했다. 모딜리아니, 칸딘스키 등 서양미술사 대가의 작품도 같은 방법으로 작업하니 희뿌연 연기 같은 추상 작품으로 변했다. “색(사물)에서 빛(본질)을 찾았다”는 작가는 색을 걷어내며 본질에 한 걸음 다가섰다. 

온 에어 프로젝트, New York-10000, C-print,154×200㎝, 2009. [사진=313 아트프로젝트]

오는 8월에 열리는 2부에서는 김아타가 “내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고 말한 ‘드로잉 오브 네이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아우슈비츠수용소, 일본 히로시마, 인도 갠지스 강변, 한국 비무장지대, 제주 바닷속 등 곳곳에 하얀 캔버스를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간 설치하고 자연의 흔적을 담는 프로젝트다.

그는 “캔버스가 하나의 바로미터이자 리트머스지가 돼 자연을 온전히 받아 들이는 것”이라며 인간의 간섭 없이 구름ㆍ비ㆍ바람ㆍ눈 등 기운생동하는 자연의 섭리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자신을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쓰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업을 위해서라면 내 모든 것을 다 버려도 좋다”며 프로젝트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3월에는 그의 작품관과 고민 등을 담은 에세이집 ‘길이 아니라서 간다’도 출간된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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