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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 학고재 본관서 개인전
뻘건 녹이 슨 듯한 붉은 쇳덩이들이 벽면에 행렬을 이루고 있다. 세로로 열세줄의 한자의 무리들은 바닥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당나라 서예가 장욱(張旭)이 쓴 '반야심경'의 새로운 버전이다. 금속으로 서예의 필획을 만든 뒤, 독특한 설치작품을 선보인 남다른 발상이 흥미롭다. 새롭고 혁신적인 문자향이 오롯이 발산되고 있다.

철판을 자르고 이어붙여 고졸스런 작업을 구현해 온 작가 조환이 오는 8일부터 2월 9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본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조환의 철판 작업은 서예의 필획, 또는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때론 사군자를 떠올리게도 한다. 단순한 선의 조합으로 이뤄진 한문 설치작품은 느리고, 묵직하며 은근하다. 동시에 거침없는 기세도 지니고 있다. 묵직한 에너지가 진중한 맛을 유감 없이 선사하는 것이다.

그는 또 무거운 철판으로 소나무가 담긴 풍경이며, 간결한 화훼도 같은 평면작업도 시도했다. 평면이지만 금속으로 그린 드로잉이어서, 그 묵직함과 고졸함이 남다르다.

조환의 설치작품‘ 무제’, 2013, Steel, LED.325×732×338㎝ .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예술의 가장 핵심, 그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조환은 이번에 특정한 틀이 없이 철판 그대로 작품을 전시했다. 작품에 액자를 끼우는 것 또한 군더더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선(線)적인 릴리프’ 작품이 내걸린 흰 벽은 마치 동양화의 여백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따라서 작품을 마주한 감상자들은 공간에 구애 받지 않는 작가의 작업을 보며, 구체적 형상의 이미지가 품고 있는 또 다른 세계를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 20여 점을 출품했다. 02)720-1524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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