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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한종길> 국적선사 없는 무역입국은 허구이다
우리나라가 2013년 무역의 트리플 크라운 위업을 달성했다고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사상최대 수출에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 사상최대의 무역흑자라고 하는 무역 트리플 크라운은 경제정책당국에 자신감을 더해 주고 있다. 하지만 무역물동량의 99.8%를 운송하고 반도체, 조선, 유화, 자동차 등에 이어 제5위의 외화획득산업인 우리의 해운산업은 세계적인 해운불황으로 고사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해운불황의 이유는 벌크, 컨테이너, 유조선 3개 부문 모두의 선박공급 과잉, 연료유가 급등과 같은 해운업 내부 요인 및 중국과 미국의 경기침체 등 외부 경제요인이 맞물리면서 일어난 문제다. 이미 우리나라 제3, 제4의 기업이 이미 무너진 상태이고, 이제 제1, 제2의 해운기업이 매몰찬 금융권의 압박에 더욱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해운업은 시황산업이기 때문에 불경기가 깊어질수록 호황에 대비해야만 얻을 수 있는 과실이 크고, 경기선행적인 투자가 있어야만 경쟁기업과의 차이가 더욱 커진다. 또 해운이 갖고 있는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전략적인 성격 때문에 불황기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범국가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세계 공통이다. 해운업의 위기는 개별국가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독일, 일본, 덴마크, 프랑스, 중국, 이스라엘 등 대부분의 해운선진국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국해운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선행적인 지원책을 실시하였다. 예를 들어 세계 제1의 선사인 머스크를 지원하기 위하여 덴마크 정부는 62억달러의 금융차입을 지원하였고, 세계 제2의 선사인 CMA-CGM에 프랑스는 6억5000달러 및 3년간 2억8000만유로를 지원하였다. 중국도 5개 민간선사에 1억6000달러, 중국 최대선사인 코스코에 108억달러, CSCL에 33조원의 지원을 하는 등 자국해운을 위한 전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해운산업은 우리나라 서비스 총 수출액의 40% 내외를 차지하는 가장 많이 달러를 벌어들이는 서비스산업일 뿐만 아니라 철강ㆍ조선ㆍ자동차ㆍ석유화학ㆍ식품ㆍ항만 등 산업 전방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해운산업은 우리 경제 성장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올해 무역흑자 430억달러는 지난해 우리나라 해운업이 벌어들인 314억8000달러가 없으면 매우 허약한 수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강력한 국적선사의 존재 없는 무역입국은 허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양수산부의 해운업 살리기 노력은 지금까지 단기유동성 지원을 위한 회사채 발행지원, 장기적으로는 해운보증기금 설립이라는 2대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온기를 느끼기에는 시장상황은 너무나 가혹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새로운 도전들을 극복하고 무역을 통한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제2의 무역입국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하면서 2020년까지 무역 2조달러 세계 무역 5강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2조달러의 무역국이 되려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경기 사이클의 변동에 대처 가능한 강한 체력의 국적선사 없이는 결코 달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보다 강력한 국적선사지원책을 기대한다.

한종길 해운물류학회장·성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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