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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에 K-아트 비춘 ‘빛의 어머니’
설치미술가 안종연 UAE서 대규모 개인전 성황…강판·유리 등 독특한 재료로 표현한 빛·우주의 본질 세계가 주목
금속회화·서로 다른 풍경 뒤섞은 렌티큘러 작품…
현지 언론·미술계 극찬속 두바이서도 전시 제의
“30년 예술게릴라 이제야 새 길…미술 한류” 주목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도 K-팝(Pop) 열풍은 거세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는 K-팝 공연과 ‘한국어말하기 대회’ 등이 성황리에 열렸고,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K-팝과 한국드라마 인기는 대단하다. 이 같은 K-팝 열풍에 ‘예술한류’를 더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빛’을 테마로 다양하면서도 혁신적인 예술실험을 거듭 중인 안종연(61)이 그 주인공이다. 

설치미술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안종연은 요즘 세계 미술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아부다비에서 작년 11월부터 대규모 초대전을 열고 있다. UAE는 석유부국답게 ‘22세기, 예술강국으로 거듭난다’는 슬로건 아래 왕실이 직접 나서 아부다비의 사디얏(Saadiyat) 아일랜드에 루브르 아부다비,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건설 중이다.

고강도 스테인리스스틸 판을 일일이 점으로 쪼아 아부다비 역대 왕들의 초상화를 만든 안종연. 이 작품은 현지에서 특별히 관심을 모았다. 왼쪽은 전시를 후원한 알사라피그룹 카심 회장.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예술도시에서 ‘미술한류’를=그간 생성과 소멸이라는 자연의 원리, 빛과 어두움, 시간과 인간에 대한 관심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해온 안종연은 ‘Wings of Light’라는 타이틀로 아부다비의 ‘에미리트 팰리스(Emirate Palace)’ 갤러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 중이다. 한국큐레이터협회장인 윤범모 교수(가천대)가 큐레이팅한 이번 전시는 서울의 갤러리아트링크와 아부다비의 Al-najim Culture가 공동주관했다. 또 아부다비의 종합건설회사 알사라피 그룹과 두바이의 RP그룹이 경비 일체를 후원했다.

안종연은 스테인리스스틸, 유리, 두랄루민, 돌, 에폭시 등 무겁고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로 ‘빛’과 ‘우주의 본질’을 표현해온 작가다. 근래에는 개발논리에 쓸려 훼손되는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환기시키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인간 존재를 꿰뚫는 작업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번 아부다비 전시에서 그는 좀 더 진일보한 작업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무려 800평에 이르는 거대한 팰리스 갤러리 전관을 4개의 소주제로 나눠 ‘2차원 예술-새로운 회화’, ‘3차원 예술’, ‘설치미술(인스톨레이션)’, ‘퍼블릭아트’를 선보이고 있는 것. 검정 또는 황금빛 스테인리스스틸 슈퍼미러를 전동 핸드드릴로 수만번 점을 쪼아 구현한 대형 금속회화, 한국과 아부다비의 네 가지 서로 다른 풍경을 교집합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렌티큘러 작품을 출품했다. 

또 시시각각 변화하는 LED 빛과 영상을 전시장 벽에 투영하며, 우주의 향연을 펼친 설치작업, 오묘한 만화경을 담은 작품, 아랍의 모래사막을 신기루처럼 형상화한 프로젝션 작업 및 회화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루브르, 구겐하임 분관을 건립하고 있는 등 세계 현대미술계가 주목하는 도시인 UAE 아부다비에서 ‘미술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작가 안종연의 공간설치작품. 아랍의 문양을 만화경으로 표현한 영상 및 LED 라이트, 영롱란 유리구슬, 음향이 어우러져 치유를 선사하는 작품은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별하게 플래닝된 LED 라이트와 수십개의 유리구슬, 오묘한 만화경 영상과 음향을 곁들인 공간 설치작업 ‘Ezen of Light’는 현지인들로부터 “빛과 영상, 소리, 모래가 어우러진 치유의 미술”로 찬사를 받고 있다. 현지언론과 미술 관계자, 전문가들은 이 작품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안종연이 전시를 연 곳은 아부다비에서도 최고 명소로 꼽히는 곳. 에미리트 팰리스는 옛 왕궁을 7성급 호텔로 개조한 곳으로, ‘아부다비를 들르면 반드시 찾아야 할 곳’으로 불린다. 최고급 대리석과 황금장식으로 인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럭셔리한 곳이다. 바로 뒤편에는 왕족(셰이크)이 거주하는 왕궁이 연결돼 있는 요지다. 

그 중에서도 800평 규모의 팰리스 갤러리는 특별관리되는 전시관이자, 관광객과 현지 VIP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아시아 작가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단일작가가 이곳에서 ‘전관(全館) 개인전’을 여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두바이, 오만, 카타르에서도 전시제의 줄이어=안종연의 작업이 망라된 ‘Wings of Light’전은 아부다비의 유력일간지와 방송들이 앞다퉈 보도하면서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전시개막식에는 왕실 관계자와 현지 기업인, 대사 등 주요 인물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이에 팰리스 갤러리측은 ‘전시를 최대한 연장해달라’고 요청해 오는 1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안 작가는 “당초 일주일 예정으로 전시를 열려 했으나 관람객과 VIP들이 몰려들자 전시가 두 차례나 연장됐다”며 “오랫동안 혼신을 다해온 빛 작업을 업그레이드시킨 LED 설치작업은 가장 반응이 좋아 아부다비의 클리브랜드병원에서 힐링 룸을 만들어달라는 제안까지 받았다”고 했다. 두바이와 오만, 카타르에서도 순회전시 제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이와 함께 컴퓨터그래픽 기반의 렌티큘러 작품도 중동의 아라베스크 상징문양을 환상적으로 구현해 현지인들로부터 호응이 놓다. 예술이야말로 국가와 언어, 종교를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윤범모 교수는 “안종연은 평면 유화작업으로부터 거대한 스테인리스스틸에 점묘(點描)기법을 활용한 고밀도 회화, 액체 에폭시 작업, 레틴큘러 작업까지 조형기법이 실로 다양하다. 또 키네틱아트는 빛과 소리까지 아울러 예술적 발언의 진폭이 넓다. 안종연의 예술적 진면목이 망라된 이번 작품전은 중동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

부산 출신으로 뉴욕의 스쿨오브 비주얼아트(석사)를 졸업한 안종연은 오랫동안 스케일 큰 공공미술에 주력해왔다. 즉 실내외 너른 공간에 새로운 예술혼을 불어넣는 대형작업이라든가 첨단 기법을 활용한 설치작업을 추구한 것. 교보문고, 영월, 제주 등에 대형 공공작업을 선보인 바 있는 그는 이제 아부다비, 두바이는 물론 중동에 한국미술의 독창성을 알리기 위해 2014년을 재도약의 해로 삼을 예정이다.

안종연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로 30여년간 예술게릴라처럼 고군분투하며 혁신적 미술을 추구해왔는데 이제야 길이 좀 트이는 것 같다. 영혼의 세계를 다룬 작업이라 아랍권에서도 소통될 거라 여겼는데 기대 이상이다. 한국서 활동하는 것보다 몇 배 힘들지만 중동에 예술한류를 심는다는 각오로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아부다비=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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