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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가볍고 건강한 생활의 방식 5단계....‘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매주 대형마트에서 카트 가득 물건을 채우고, 한 번 쓰고 버린 물품이 구석구석 쌓인 선반, 음식으로 꽉 찬 대형 냉장고, 매일 돌아가는 대형 세탁기…. 현대 도시인의 일상의 모습이다. 어느날 집안이 물건으로 꽉 차 짓눌리는 느낌이 든다면 가볍고 넓고 건강해지는 미국 주부, 비 존슨의 집을 엿보자. 그의 집은 일명 ‘쓰레기 없는 집’으로 불린다. 부엌은 마치 새로 이사한 집처럼 말끔하다. 작은 화분 하나만이 널찍한 부엌을 채우고 있다. 욕실도 마찬가지다. 안방과 두 아들의 방, 거실에도 그 용도에 맞는 최소한의 것만 있다. 따로 물건을 모아두는 방이 있겠지 싶지만 옷장은 널널하고 아이들의 옷, 장난감 등도 서너 박스면 충분하다. 1년간 이 집에서 나온 쓰레기의 총량은 1ℓ짜리 항아리병 정도. 남의 집을 잠깐 빌려쓰는 것처럼 뼈대만 있는 집은 정신적 자유로움마저 준다.

저자는 “다년간 모아들인 장식품을 생각해보면 시각적으로 어수선하고 먼지가 쌓이는 것 외엔 아무 목적이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집과 생활방식을 공개해 견학코스로 만든 존슨은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청림라이프)에서 소비의 무감각과 안락한 생활이 주는 삶의 정체감에서 벗어나기로 작정하고 어떻게 하나하나 생활을 바꿔나갔는지 상세하게 들려준다.

부부는 첫 작업으로 주거를 바꿨다. 필요한 물건만 들고 가야 할 곳으로 옮기자 빈 시간이 생겼다. 주말마다 잔디를 깍고 청소하고 물건을 정리할 시간에 온 가족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소풍가고, 해안지역을 돌아보며 산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물건에 지나치게 높은 가치를 두고 있었음을 깨닫고 간소한 생활 만들기에 전적으로 나선다. 무엇보다 일회용 비닐봉지, 페트병, 종이타월, 냉동요리 등 일회용 소비생활방식을 뜯어고치기로 한 것. 농산물을 담을 주머니를 만들고 빈병과 저장용 유리병에 벌크 쇼핑한 것을 담고, 마트 육류카운터에 유리병을 내미는 일이 일상화한다. 직거래장터에서 신선한 토마토를 구입해 겨울에 먹을 병조림으로 만들고 빈 병에 레드 와인을 리필해주는 와이너리를 찾아간다. 직접 빵과 머스터드, 요구르트, 치즈를 만들고 두유 버터, 립밤까지 만들지만 그는 과도한 에너지가 들어가는 줄이기 방식은 피하기로 한다.

비저는 쓰레기 줄이는 즐거움을 이렇게 말한다. “플레전트 힐에서 쇼핑으로 맛보던 흥분은 이제 우리 집을 친환경화하고 돈을 절약할 새로운 방법을 익히는 흥분으로 대체되었다.” 


저자는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쓰레기 제로’ 방법을 다섯 단계(5R:거절하기-줄이기-재사용하기-재활용하기-썩히기)로 나눠 차근차근 들려준다.

우선 필요하지 않은 것을 거절하고 불필요한 쓰레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게 먼저다. 가령 호텔방에서 ‘공짜’ 샴푸를 가져오면 대체품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석유를 채굴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별 생각없이 광고 우편물을 우편함에서 꺼내 곧장 재활용함에 갖다 넣지만 이 행동이 잡약돼 매년 1000억통의 광고 우편물의 발송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각 단계가 간단한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유리잔을 깨뜨렸다면 이걸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최상일까. 저자는 두군데 재활용센터를 방문하고 여러 사람에게 연락하고 유리 재활용업자를 찾아내 깨진 유리조각을 보낸 뒤에야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만큼 시스템이 복잡하다는 얘기다. 저자는 재활용이 성공하려면 답을 찾는 과정이 수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단지 쓰레기를 줄이는 강박적 생활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친환경적인 생활방식이 경제와 독성물질로 얼룩진 건강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높다. 특히 집의 각 공간을 단계별로 어떻게 정리하고 줄이는지 검증된 방법을 제시해 실용적인 지침서로 쓰임이 높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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