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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최인호의 눈물은 몸과 영혼의 고백..유고집 ‘눈물’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탁상 위에는 지난 수 년 동안 묵주기도를 올릴 때마다 흘렸던 눈물로 포도송이처럼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 오늘 자세히 탁상을 들여다보니 최근에 흘린 두 방울의 눈물 자국이 마치 애기 발자국처럼 나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가장자리가 별처럼 빛이 난다는 겁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알코올 솜을 가져다 눈물 자국을 닦았습니다.”(13쪽)

소설가 최인호의 유고집 ‘눈물’(여백)에는 두렵고 부끄럽고 약하며 맑고 순한 인간의 원초적 모습이 담겨있다. 5년간 투병생활 속에서 그는 육신의 고통, 절대적 고독과 싸우며 성모상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화려한 문학적 여정과 삶을 통틀은 과거와 현재, 죽음 이후를 아우르는 몸과 영혼이 빚어낸 결정체가 바로 눈물이었다.

그는 암 진단을 받고 세상과 단절한 채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벌이며 원고지를 채워나갔다. ‘사랑하는 벗이여’로 시작되는 글은 자기고백적 글이자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1987년 6월 세례성사를 받고 설레며 마음속에 일어난 기적의 고백, 20년 후 암선고를 받고 혹독한 할례의식을 치른 ‘고통의 축제’, 항암 치료의 고통 속에서 “참말로 다시 일어나고 싶습니다”는 간절함이 이어진다.

“오늘은 2013년 새해 첫날입니다. 아이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주님, 제게 힘을 주시어 얼굴에 미소가 떠오를 수 있게 하소서.”(261쪽)

어느 날 그는 이미 책으로 출간된 자신의 책을 읽으며 깊은 회의에 빠진다. 병에 걸리지 않았을 때 쓴 기존의 책들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저는 주님에게만은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진실로 인정받고 칭찬받고 잊히지 않고 싶은 분은 오직 단 한사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입니다. 그러하오니 주님, 만년필을 잡은 제 손 위에 거짓이 없게 하소서.”(194쪽)

그의 유고집은 “원고지 위에 못 박고 스러지게” 해달라며 기도한 피땀 어린 작가정신의 산물이기에 앞서 인간으로서의 영적 고백으로 울림이 깊다. 책의 상당 부분은 투병기간 동안 가톨릭 서울대교구 ‘서울주보’에 실은 글들로 고전과 예수님의 생애, 말씀 속에서의 깨달음을 담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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