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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자기정립의 시간, 기업에도 필요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동반성장 관련 제도, 크게 보면 경제민주화 범주에 드는 여러 정책들을 두고 잡음이 적지 않다.

적합업종도 이제 제도 시행 2년을 넘겼으니 만큼 그 실효성을 심각하게 따져볼 때가 됐다. 하기야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례를 참고한 것이 아니라 책상머리에서 급조된 것이기에 크고 작은 사달이 날 것으로, 지레 짐작은 되고도 남았었다. 그렇기에 제도란 지속적인 수정과 보완을 거쳐서 완성돼야 하는 것이다.

그간 경제민주화라는 거센 바람 속에서 대기업들의 엄살의 떠나 기업활동을 옭는 제도나 장치도 부쩍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투자관련 제도를 비롯해 노동, 환경, 세무 분야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갖가지 장치들이 도입되고 작동되는 중이다. 규제라고 하는, 기업활동과 조절자(정부) 사이의 균형의 범위를 넘어서는 입법과 제도 시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최근의 대기업들의 적합업종 비틀기는 진위 여부를 떠나 이런 부담감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 하겠다. 그렇다고 거대 자본집단의 빈곤한 논리에 정당성을 더해주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굳이 중립 입장을 내세우지 않아도 그 의뭉스런 민낯은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있다. 지금은 대변혁의 시대라는 것. 소비자주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졌으며, WTO 출범을 비롯해 FTA 등으로 기업간 경쟁은 실로 국경이 사라졌다. 교역과 상품판매 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생산 활동에서도 그렇게 됐다.

이런 면에서 경제민주화란 미명의 갖가지 장치들은 기업들에 엄청난 부담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편익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그 편익을 공격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보다 정치하게, 생태계적 분석을 바탕으로 법과 제도를 만들려는 수고가 요구된다.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야 할 경제공동체 형식을 자본주의라고 합의한 것이라면 우리는 우량한 기업을 보다 많이 탄생시키는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이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갈등을 초월하는 문제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논의가 생략된 채 분배가 먼저니 성장이 먼저니 하는 일원론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자본의 속성은 세계화와 독점 추구다. 기업의 자유가 무한 확대된 지금은 정치경제학에서 말하는 독점이 완성돼 가는 후기자본주의쯤 될 것이다. 이런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는 부의 편중을 심화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경제민주화란 이런 폐단을 시정해보려는 자기정립의 시간이기도 하다.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을 겪고 나면 나도 모르게 성큼 성장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기업에도 마찬가지의 과정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실패를 수정하지 않으면 나중엔 돌이킬 수 없는 실패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자본에도 의식이나 영혼이 있을 때 사회적으로 더 환영받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흉내내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미숙하지만 동반성장 관련 일부 장치들을 사회적 책임의 일부로, 양극화 극복의 노력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우리의 전통은 상휼(相恤)이란 이름으로 약자 배려에 많은 관습을 할애하고 있다. 몇가지 작은 배려를 통해서도 약자는 쉽게 감동하고 제 권리마저 내주기도 한다.

<조문술 산업부 차장/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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