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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숙청도 3대세습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설’ 수준이었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이 북한의 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결과 공개로 ‘사실’로 확인됐다. 장성택은 모든 직무에서 해임되고 노동당에서 출당·제명됨으로써 실각을 넘어 ‘ 숙청’됐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후견인이자 2인자라는 평가를 받던 장성택의 숙청은 ‘피의 숙청의 역사’가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시대에도 세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유일 영도체계만을 인정하는 북한의 역사는 곧 숙청의 역사이기도 했다.

김일성이 6·25전쟁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라이벌이자 남로당 1인자였던 박헌영에게 국가 전복음모와 반국가적 무장폭동 및 선전선동 혐의를 뒤집어 씌어 처형한 것이 시초였다. 김일성은 남로당 출신인 이승엽과 이강국도 미제간첩혐의로 처형함으로써 남로당의 싹을 제거했다. 김일성은 이어 1956년 8월, 이른바 ‘8월 종파사건’을 통해 개인숭배와 독재 문제를 제기한 최창익과 박창옥, 윤공흠 등을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로 몰아 숙청함으로써 도전이 불가능한 유일영도체계를 확고히 구축했다. 김일성과 함께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던 갑산파조차 1960년대 말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숙청돼버렸다.

김정일 시대에도 숙청의 역사는 되풀이됐다. 김정일은 김일성 3년상이 끝난 1997년 고난의 행군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굶어 죽은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서관희 당 농업비서를 간첩죄로 몰아 공개처형함으로써 숙청과 공포정치의 막을 열었다. 김정일은 특히 비사회주의 요소를 검열한다는 명목으로 ‘심화조’를 결성해 고위간부와 가족 등 2만여명을 숙청함으로써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화했다.

독재권력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면 ‘로열패밀리’라 해도 가차 없이 쳐냈다. 김일성의 친동생이자 북한 개국공신이라 할 수 있는 김영주는 김정일과 후계경쟁을 펼쳤다는 이유로 김정일 권력 장악 이후 유배됐으며,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평일과 김영일은 외교관 감투를 쓰고 사실상 국외추방됐다.

장성택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북한의 피의 숙청은 김정은 시대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숙청이 확인된 장성택과 리영호 군 총참모장을 비롯해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 김정일 장례식 때 운구차를 호위한 김정일 측근들 가운데 대부분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은 독재와 세습에 대한 불만을 숙청과 처형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통해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숙청의 역사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장성택 이후에도 또 다른 숙청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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