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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황해창> 그래, 국회 해산이 답이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심상찮다. 일본은 과거사를 망각한 채 군사 재무장을 서두른다. 미ㆍ중은 패권을 놓고 으르렁댄다. 중ㆍ일은 작은 섬을 놓고 무력충돌도 불사한다는 자세다. 이번엔 국민 안전을 위해 모든 비행물체의 영토진입 사전허가와 통제를 의무화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중국이 너무 넓게 잡자 한ㆍ미ㆍ일이 들고 일어난다.

동맹과 적의 혼재다. 여기에 민족적 원한과 국민적 자존심, 국가적 이익까지 얽히고설켰다. 우리에겐 예측불가의 북한 도발까지 상존한다. 참으로 골치 아픈 바깥 세상이다.

그렇다면 나라 안은? 솔직히 머리털 나고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눈만 뜨면 죽기 살기다. 정기국회가 다시 올스톱이다. 여당의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단독처리에 야당이 뿔난 결과다.

단언컨대, 해머에 쇠톱에 최루탄까지 동원해 싸움박질한 18대 국회보다 차라리 지금이 더 하수다. 18대는 골목싸움의 맛이라도 알았다. 실컷 싸우다 코피 나면 그것으로 승패가 갈렸고, 언제 그랬느냐며 다시 어울리는 게임의 법칙 말이다. 그들은 막판에 반성한다며 국회선진화법(몸싸움방지법)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19대는 뭔가. 점잖은 척하지만 서로 뒤통수를 치고, 멀쩡한 척하지만 안으로 곪는다. 외상보다 내상이 더 무서운 법이다.

결국 증오의 정치가 문제다. 그 중심이 친박(親朴)ㆍ친노(親盧)라면 억지일까. 상대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이상 이해와 양보, 타협은 없다.

이런 때 생각나는 이들이 있다. 불량정치에 염증을 느껴 19대 불출마를 선언한 이들이다. 여야 합쳐 대여섯 명 정도. 그 중에서도 민주당 정장선 의원(평택을)에 대한 기억이 새롭다. 그를 보면 그들의 면면을 알 수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정 전 의원과는 별다른 친분은 없다. 다만, 10여년 전 타사 후배기자와 함께 골프 한 번 친 것이 고작이다.

그는 경기도의원 출신으로 2000년부터 민주당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고, 당 서열 3위인 정책위의장까지 올랐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국회비준 때 소속당의 원천반대 당론에 맞서 여야 합의처리를 끝까지 견인했고, 때문에 당내 강경파로부터 ‘사쿠라’라는 비난을 받고도 의연했다. 그즈음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 사건(현 통진당 김선동 의원)이 터지자 환멸을 느껴 돌연 19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곧바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스스로 출국 수속을 밟는 등 특권 내려놓기 연습까지 했다. 탈 많은 국회 지식경제위를 고성ㆍ파행ㆍ정쟁 없는 3무 우수상임위로 운영했고, 6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의원, 거짓말 않는 정치인 베스트 5 등 기록을 남겼다. 특전사 출신답게 북한의 천안함 폭침도발이 있자 장남의 해병대 지원을 이끌더니 연평도 포격도발 때는 민주당의 침묵을 질타했다. 의정생활 12년, ‘돈 빨대’라는 그 흔한 출판기념회 한 번 열지 않았다.

지금의 난장은 남아야 할 이들은 떠나고, 떠나야 이들이 남은 결과다. 오죽하면 점잖기로 소문난 김황식 전 총리 같은 이가 지금 같은 국회는 해산해야 한다고 외칠까. 합리적 중도세력 중심으로 다시 판을 짤 수밖에 없다.

황해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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