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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소금밥 먹는 아이 더 이상 없어야
의붓자식에게 소금밥을 먹이고, 때려 사망케 한 못된 새 엄마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거나 심판대에 올랐다. 어려서 읽던 장화홍련전, 콩쥐팥쥐에 나오는 계모들 얘기가 21세기 백주대낮에 이 땅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 앞에 어른이란 사실이 이렇게 부끄러운 적도 없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계모의 의붓자식 학대 사례를 보면 ‘악마를 보았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8살 된 전처 자식에게 뜨거운 물로 화상을 입히고, 그것도 모자라 아이가 죽도록 발길질을 한 계모가 살인죄로 기소됐다. 희생된 아이는 갈비뼈가 16개나 부러졌고, 이게 폐를 찔려 죽음에 이르렀다. 소금밥을 먹인 계모의 학대는 더 끔찍하다. 소금밥을 삭여내지 못해 아이가 토하면 토사물까지 강제로 먹게 했고, 결국 소금 중독으로 사망했다. 자식을 교육시킨다며 플라스틱 안마기로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와 계모도 있었다. 이 아이들이 죽어가면서 바라본 새 엄마는 분명 악마였다.

하지만 이들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굶주림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을 찾아내고 보살펴야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만943건의 아동학대가 신고돼 6400건이 학대가 인정된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이 부모와 가족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면 그 책임을 특히 엄중히 물어야 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혼과 재혼이 증가하면서 새 엄마, 새 아빠에 의한 아동 학대는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지난해만 해도 11만4000쌍이 이혼하고 7만쌍이 재혼했다. 이혼자의 53%는 자녀를 두고 있다. 매년 수만명의 아이들이 새 엄마, 새 아빠를 맞는다는 얘기다. 물론 대부분의 새 가정은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보호하고 돌봐야 할 부분이다.

계모와 계부의 의붓자식 학대는 한 가정의 차원을 넘는 문제다. 사회와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예 일정 나이가 안된 아이들을 데리고 재혼을 하려면 잘 키우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받아두자는 일각의 제안도 검토해볼 일이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의지할 수 있는 아동학대신고센터의 활성화 등 제도적 장치도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소금밥 먹는 아이들이 더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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