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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파국 막으려면 정치권 ‘큰 정치’ 택할 때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갈수록 더 첨예해진다.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을 계기로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일찌감치 접었던 게 옳았다. 박 대통령이 야당이 제기하는 모든 것을 국회가 합의하면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이후 여야 관계는 호전은커녕 꼬일대로 꼬여만 간다.

민주당 의원 100여명이 21일 대낮에 천막당사가 있었던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15분간 보도를 따라 행진하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길거리 의원총회까지 열었다. 이날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ㆍ총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트위터에 올린 글 121만여건을 새로 발견했다는 검찰 발표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보다 더 조직적인 대선개입의 증거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수사내용을 보면 이번에 추가 발견된 121만건은 원래 글 2만6000여건이 자동복사ㆍ전파 프로그램 등을 통해 트윗이나 리트윗 등 다양한 형태로 확대 재생산돼 트위터에 유포된 것이라고 한다. 어찌됐건 선거전단이 불법으로 온라인상에 121만건 이상 뿌려졌다는 주장은 틀리지 않는다. 또 그 프로그램이 일선 요원들의 개별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든, 국정원 차원의 것이든 결국은 공직자들이 공무 형식을 띠고, 다만 은밀하게 프로그램까지 운용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실은 보다 더 분명해진 것도 맞다.

민주당이 관련 특검과 특위를 동시 택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니라는 여론이다. 다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순리라는 지적이다. 대통령도 사법부 판단이 나오는대로 책임 물을 것은 묻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고 지금도 검찰 수사가 엄정하다며 무조건 반대만 하는 새누리당도 합리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선택의 여지가 적은 쪽이 갈수록 불리해진다는 작은 상식이 지금 여당에 필요하다.

급기야 일각에서 대통령 하야 목소리가 나온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대표들이 사태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사퇴로써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종교인 본연과 맞지 않는, 금도를 넘는 행위로 간주된다. 그렇다고 영 무시하기보다 정치권이 반성의 촉매로 삼는 것도 나쁘진 않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인식변화를 전제로 한 포용의 정치를 더 뛰어넘는 ‘큰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같이 상대를 헐뜯으며 불용성(不溶性)의 정치만 고집하다가는 정치권 모두 더 큰 화를 부르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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