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300만원 VS 30만원, 서울 월세의 야누스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서울 주택임대시장에서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고 거주하는 ‘무보증 월세’ 세입자 비중이 1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보증 월세 세입자의 경우 매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내는 고소득층과 20만~30만원짜리 월세를 지불하는 저소득층으로 양분되는 등 무보증 월세의 양극화 현상도 점차 심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FR인베스트먼트와 헤럴드경제가 서울 아파트와 일반빌라ㆍ주택 가운데 올해 거래됐거나 매물로 나온 사글세(1∼2년치 월세를 미리 내는 형태)ㆍ 보증금 없는 순수월세를 조사한 결과 무보증 월세가 서울 월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6%로 전년대비 0.3%포인트 올랐다.

용산구의 무보증 월세 비중은 20.4%로 가장 높았다. 서초구(18.9%), 강남구(18.2%)가 뒤를 이었다. 이들 3구의 무보증 월세 수준도 최고점을 찍었다. 33㎡(원룸)기준 평균 월세금액은 강남구가 85만3000원, 용산구가 84만7500원, 서초구가 79만500원 순이다. 99㎡(아파트)도 강남구가 234만8000원으로 수위를 달렸고, 다음은 용산구 214만5000원, 서초구 198만500원가 2ㆍ3위에 올랐다.


이들 3개 지역의 무보증 월세비중과 월세가 높은 이유는 기존 외국인 등 특수계층을 상대로 한 ‘렌탈’개념이 개인사업자 등 고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용산(한남동), 강남, 서초구 위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 서초동 A공인 관계자는 “무보증 월세가 아직 많은 편은 아니지만 최근 151.8㎡ 규모의 아파트를 무보증 월세 250만원에 계약한 개인사업자가 있다”고 말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현금융통을 중시하는 개인사업자들은 최소 2억원(전용면적 150㎡이상 기준)이상인 보증금이 집주인에게 ‘묶이는’ 것을 꺼린다”며 “무보증 월세 수요의 70%가량은 월 순소득 1000만원 이상의 사업가들”이라고 귀띔했다. 역삼동 등 강남 오피스텔촌에도 단기거주를 목적으로 무보증에 월세를 200만∼300만원씩 내고 들어오는 고소득 세입자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관악ㆍ구로구 등도 무보증 월세 비중이 각각 17%(4위), 13.4%(5위)로 높게 나타났지만 평균 월세수준은 용산ㆍ서초ㆍ강남의 40% 이하로 조사됐다. 33㎡(원룸)기준 평균 월세는 관악구가 37만8000원, 구로구가 37만3500원으로 파악됐다. 99㎡(아파트)는 관악구가 95만2500원, 구로구는 73만3000원이다.

이들 지역의 무보증월세 비중이 높으면서도 월세가 싼 이유는 세입자 대부분이 목돈 보증금을 감당키 어려운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다. 특히 관악ㆍ구로 일대엔 보증금이 없이 월세가 20만~30만원하는 ‘고시텔’이나 ‘리빙텔’ 등이 밀집하고 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나 회사원이나 일용직 근로자들이 월 25만∼30만원(전용면적 6~7㎡기준)에 거주하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개봉동 C공인의 김모 대표는 “구로동 일대엔 월 30만원 이하의 고시텔 형태 원룸만 40채에 달한다”며 “보증금을 받으면 그만큼 월세가 줄기 때문에 집주인들도 무보증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처럼 무보증 월세의 거주형태 양극화가 점차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사업상의 이유로 전세 계약이 필요없는 사업자들이 단기 거주를 위해 무보증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목돈 보증금이 부담스러운 무보증 월세를 찾는 저소득층도 급격히 늘면서 무보증 월세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factis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