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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김석동> 기마유목군단이 활약한 유라시아 무대 이야기
기마유목민은 동ㆍ서ㆍ중앙아시아 대초원과 유럽을 무대로 오랜 기간 종횡무진 활약해왔다. 유라시아 대초원 지역은 몽골 동부의 천산ㆍ알타이산맥 지역과 투르키스탄 지역의 중앙부인 파미르고원 두 곳을 제외하고는 동서 8000㎞가 대부분 대초원과 사막으로, 넓고 평평한 지역이다. 따라서 말을 이용한 신속한 이동이 용이한 지역이다.

기마유목민은 겨울에는 영하 40도 이하의 혹한의 날씨, 여름에는 40도를 넘고 비가 별로 내리지 않는 건조하고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면서 살아야 했다. 이들은 엄격한 자연조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용감하고, 동시에 유능해야 하는 독특한 인간 유형으로 삶을 개척하게 된다. 이들은 동으로는 만주에서, 서로는 동부유럽에 걸친 광활한 지역을 무대로 활약했으며 BC 8세기께 스키타이가 기마군단으로 등장한 이래 수많은 강력한 국가를 건설해왔다. 이들은 알타이산맥, 대흥안령산맥, 고비사막으로 둘러싸인 270만㎢, 해발 평균 1000m의 몽골고원에서 동ㆍ서 지역으로 무대를 확대해 나갔다. 동부로는 스키타이, 흉노, 훈, 돌궐, 위구르, 토번, 서하, 셀주크튀르크, 오스만튀르크 등을 건국했고, 서부로는 선비, 오호 16국, 유연, 수ㆍ당, 요(거란), 금(여진), 원(몽골), 티무르ㆍ무굴제국, 후금(청) 등을 건국했다. 이들이 활약했던 지역을 현대 국경을 중심으로 보면 몽골 156만㎢, 내몽골 148만㎢이며, 동쪽으로 만주(동북 3성)와 연해주 95만㎢, 한반도 22만㎢, 일본 38만㎢다. 서쪽으로는 신장위구르자치구 166만㎢, 티베트자치구 127만㎢, 중앙아시아 5국 400만㎢, 인도 329만㎢, 터키 78만㎢, 우크라이나 60만㎢, 폴란드ㆍ헝가리 40만㎢ 등이다. 기마유목민은 이렇게 광활한 지역에서 기마군단의 막강한 전투력을 바탕으로 그 세력을 넓혀 나가면서 초대형 국가들을 건설해왔다. 당시 기마군단이 건설한 초대형 국가는 흉노 620만㎢, 돌궐 1040만㎢, 몽골 3320만㎢, 후금(청) 1470만㎢ 등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돌이켜보면 세계무대에 등장한 지 불과 60여년 만에 세계사에 길이 기록될 일을 해냈다. 1970년 수출 규모는 8.4억달러에서 77년에 100억달러, 95년에 1000억달러 돌파에 이어 지난해에 5478억달러를 수출했다. 이제 우리는 세계 7번째 수출국이다. 1950년대 이후 세계 10대 수출국가에 새로 진입한 경우는 1960년 일본, 2000년 중국, 2012년 한국의 경우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세계 1위의 D램, 휴대전화, 조선, 디스플레이 생산국이며 세계 5위권 자동차ㆍ철강 생산국이다. 한류문화는 이제 세계무대에서 통한다. 이제 한국은 세계국가로 발돋움했고 한국인은 세계인으로 등장했다.

무엇이 한국을 이렇게 변신시켰을까. 나는 한국인의 노마드 정신과 문화가 이를 뒷받침했다고 믿는다. 한국인은 용감하고 유능한 기마민족의 DNA를 발휘했다. 사고는 진취적이고 행동은 신속해서 가공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장기 체류를 위한 국제이동인구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절대국제이동인구수도 세계 4위다. 유학생은 인구비율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1위이며, 절대유학생수도 중국(인구 13.5억명), 인도(인구 12.2억명) 다음이다. 과거 아시아 기마유목민족은 유라시아 대초원을 누비면서 자신들의 삶을 개척했으며, 현대 대한민국 국민이 바로 이 DNA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기마군단은 17~18세기 이후 현저하게 약화되고 이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총포화약 그리고 증기기관의 등장 때문이다. 기마군단은 오랜 기간 가공할 전투력을 자랑했으나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이들의 부침의 근원을 새겨볼 때다. 우리 경제는 환경 변화에 앞서 대응하고, 우리 무대인 세계 시장과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성장에너지를 충전해 나가야 할 때다.

김석동 (前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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