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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듀, 초롱이’ 이영표 은퇴 기자회견 “행복한 은퇴…감사합니다”

“아내가 묻습니다. 아쉽지 않냐고. 과거로 돌아가면 더 열심히 할 텐데 후회되지 않냐고. 제가 답했습니다. 아쉽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충분히 정직했다고. 그래서 지금이 좋다고 답했습니다.”

상대 공격수를 질리게 하는 수비도, 민첩한 움직임과 돌파도, 특유의 성실한 플레이도, 한때 많은 축구팬이 따라하며 열광했던 일명 ‘헛다리 짚기’도 이젠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은퇴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SNS에 올린 글대로 그는 28년의 축구인생에서 누구보다 정직했으며 더없이 완벽했다.

‘초롱이’ 이영표(36)가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도 변함없이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영표는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 좌절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때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감사함과 미안함이 교차한다”며 감회에 젖었다. 이어 “2000년대 한국 축구의 문제점은 수비 불안이었고 제가 그 중심에 있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저 때문에 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패배 앞에서 비겁한 변명을 한 적도 많았다. 축구팬 여러분께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개를 숙였다.

이영표 추국 전 국가대표 선수가 14일 오전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이영표는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에 대해선 “홍명보 감독이 현대 축구의 가장 중요한 수비를 강조하는 모습을 밖에서 보면서 대표팀이 제대로 가고 있고 올바른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구나 느꼈다. 내년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이영표는 지난달 28일 미국프로축구(MLS) 콜로라도 라피즈와 의 시즌 최종전서 밴쿠버 화이트캡스 유니폼을 입고 현역 마지막 경기를 뛰었다.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이영표는 페널티킥 기회를 브라질 공격수 카밀로에게 양보했고, 카밀로는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이영표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공을 바치는 감동적인 ‘헌정 세리머니’를 펼쳤다. 선발 명단을 짤 때 이영표 이름부터 적어넣는다는 마틴 레니 밴쿠버 감독은 “선수들은 이영표에게 배우며 무엇이 ‘성공’인지 깨달았다. 그는 정말로 필드 안팎에서 긍정적인 롤모델이며 전설이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2000년 안양 LG(현 FC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영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으로 맹활약하며 한국 축구 간판으로 우뚝 섰다. 이후 거스 히딩크 감독을 따라 박지성과 함께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 입단한 이영표는 토트넘(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을 거쳐 NLS 밴쿠버에서 현역 생활을 마쳤다. 국가대표로서는 1999년 6월 코리아컵부터 2011년 초 아시안컵을 마치고 태극마크를 반납하기까지 127경기에 출전, 한국의 간판 왼쪽 윙백으로 활약했다.

이영표는 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스위스와 대표팀의 친선경기에서 은퇴식을 갖는다. 축구팬들은 관중석에서 3만개의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이영표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한편 이영표는 은퇴 이후에도 2~3년간 밴쿠버에 머물며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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