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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도시 주변부의 ‘심리적 지도’그리는 김태동...일우사진상 수상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한진그룹의 일우재단이 제정한 ‘일우사진상’ 전시부문 수상작가인 김태동(35)이 수상기념 작품전 ‘데이-브레이크-데이즈(Day-Break-Days)’를 서울 서소문의 일우스페이스에서 열고 있다. 이번 수상기념전에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데이 브레이크(Day Break)’ 연작과 최근 1년간 제작한 신작 ‘브레이크 데이즈(Break-Days)’ 등 20여 점이 나왔다.

김태동에게 작가로서의 이름을 또렷이 각인시킨 ‘데이 브레이크’ 연작은 주로 새벽녁에 찍은 사진들이다. 밤에서 아침으로 바뀌는 경계의 시간에, 한강둔치 교각 밑이나, 높다란 전망대 등 거대 구조물 근처를 배회하는 평범한 이들(주로 젊은이)의 모습을 차분하게 포착한 작업이다.

동이 트려면 아직 시간이 좀더 있어야 하는 어둑시근한 새벽무렵, 적막한 도시에서 혼자 우두커니 카메라를 응시하는(더러는 먼곳을 바라보는) 이들은 한결같이 무표정하다. 그 무덤덤함이 오히려 감상자의 가슴을 깊이 파고든다. 오늘 이 땅의 도시인들의 초상이 바로 저런 모습이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떡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낮에는 무척이나 북적거릴 장소이지만 고요한 새벽의 도시풍경 또한 시간이 멈춘 듯해 더욱 은근하게 다가온다.

김태동 Break days-011, Digital-pigment print, 150x190cm, 2013 [사진제공=일우아트스페이스]

이번 전시를 통해 김태동이 새롭게 선보인 ‘브레이크 데이즈(Break-Days)’ 시리즈는 앞서의 ‘데이 브레이크(Day Break)’시리즈가 밤 풍경이었다면 정반대의 낮 풍경이다. 대도시 주변부 사람들, 그리고 그 곳의 낯익은 풍경을 담은 사진들은 낮의 한 장면이기에 디테일까지, 감추고 싶은 흔적까지 백일하에 드러난다. 그러나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와 접경을 이루는 경기도 어떤 곳의 풍경은 을씨년스럽지만 왠지 넉넉하고, 푸근하다.

한 쪽에선 개발을 명목으로 최첨단의 번듯한 빌딩이 쑥쑥 올라가고 있고, 그 바로 아래로는 낡고 옹색한 건물과 집이 진을 치고 있다. 그 공존의 모습과 함께, 여기에 정을 붙이며 살고 있으나 어떻게든 더 나은 곳으로 떠나고자 하는 이들의 복잡한 심리를, 그리고 그 미묘한 온도차를 말없이 드러내고 있다. 말하자면 대도시 주변부 사람들의 속내를 그린 ‘심리적 지도’인 셈이다. 따라서 그의 사진은 다큐멘터리적 속성을 갖추고 있으나 작가의 주관적 정서가 이입돼 ‘뉴 다큐멘터리’로 분류된다. 

김태동 Day break-034, Digital-pigment print, 150x190cm, 2011 [사진제공=일우아트스페이스]

김태동은 경영학과를 다니다가 사진가의 길을 걷기 위해 중앙대 사진학과로 재입해 대학원까지 마쳤다. 사진이 좋아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카메라를 사게 된 뒤론 사진작업에 깊이 빨려들었다.

작가는 지난 2010년 뉴욕의 플러싱이라는 지역을 6개월간 누비며 사진을 찍었고, 귀국한 뒤론 경기도와 서울의 접경지대에 살며 작업했다. 김태동의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은 표정이 거의 없다. 웃지도, 찡그리지도 않는다. 만약 인물에 표정이 있다면 상대를 단선적으로 재단해버리겠지만, 한결같이 무표정하기 때문에 그 사람과 그를 에워싼 환경을 끝없이 상상하게 된다. 전시는 12월 24일까지. 02)753-6502

yrlee@heraldcorp.com

김태동 Break days-007, Digital-pigment print, 120x158cm, 2013 [사진제공=일우아트스페이스]

신작 Break days 앞에서 작품을 설명 중인 작가 김태동 [사진=이영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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