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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현대미술관에서 만나는 펑정지에 신작..색으로 표현한 팩션미학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중국 작가 펑정지에(俸正杰.45)의 초상화는 강렬하다. 새빨간 입술에 사시 눈을 한 여인의 모습은 더없이 자극적이다. 시니컬한 인물 초상작업이 도도한 트렌드를 이루는 중국 현대미술계에서도 그의 인물화는 특히 도드라진다. 색도 강렬하고, 표현도 강렬하며, 구도도 몹씨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을 한번이라도 접한 이들은 그 이미지를 뇌리 속에서 지우기 힘들다. 분명히 같은 아시아 작가의 작품이지만 우리에겐 적잖이 낯설기도 하다.

장샤오강(張曉剛), 정판쯔(曾梵志) 등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의 뒤를 잇고 있는 유명작가 펑정지에가 제주현대미술관 초대로 대규모 개인전을 열고 있다. 오는 12월 17일까지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펑정지에’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과 박철희 베이징 문갤러리 대표가 커미셔너로 나서며 성사됐다. 전시부제는 ‘펑정지에의 유우색(游于色)-색으로 그린 ’팩션미학‘의 백미’. 대작 회화, 입체작품, 설치미술 등 총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펑정지에의 인물화들은 요란하게 화장을 한 얼굴에, 눈동자가 사시처럼 반대 방향으로 쏠린 묘한 모습인 것이 공통점. ‘펑정지에 핑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강렬한 붉은색과 진한 초록색이 대비를 이루는 2007년 전후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한편 당나라 시대 한시를 배경처럼 인물 뒤로 끝없이 써내려간 신작도 출품됐다. 여인 옆에는 화려한 꽃이 곁들여져 달라진 면모를 보여준다. 보다 입체성을 강조한 신작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중국을 상징하는 색인 붉은빛의 해골에, 제주 현무암의 검은빛을 함께 써가며 태극문양을 표현한 5m규모의 대형 설치작업도 곁들여졌다.


이렇듯 이번 펑정지에 작품전은 최근 10여 년간 조금씩 변모해온 작가의 작업궤적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서로 전혀 어울릴 것같지 않은 원색적인 붉은색과 초록색을 동시에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색상을 쓰지만, 붉은색과 초록색을 좋아하는 것은 중국 전통문화의 바탕이 되는 색이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내 그림은 한 폭의 그림에서 두 색깔이 서로 충돌했는데, 앞으론 그 강렬한 충돌과 대비가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쓰촨 출신인 펑정지에는 올들어 제주도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스튜디오도 마련했다. 이미 베이징, 쓰촨. 싱가포르에 대규모 작업실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제주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나머지 제주 저지리에 60평 규모의 공간을 새로 조성했다.
“제주도는 작은 섬이지만 방문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걸 느끼게 됩니다. 다음엔 어떤 것들을 또 느끼고 이해하게 될지 궁금해서 계속 찾아오는 곳입니다”며 “지연경관도 아름답지만 고유한 문화가 있어 개인적으로 제주에 큰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여타 관광객들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곳을 주마간산처럼 보기 보다, 하나씩 천천히 음미하듯 보며 제주문화를 이해하려 한다는 것이다. 



펑정지에는 “제 작업실 바로 옆에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화 거장 박서보 작가님의 작업실이 있는 등 주위에 한국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많이 계셔서 영광”이라며 앞으로 제주에서 새로운 작품 구상을 활발히 하겠다고 밝혔다.
전시를 계기로 한국 예술영화 감독 민병훈이 1년간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라는 제목의 영화도 제작한다. 민 감독은 특별한 대사 없이 펑정지에의 생각을 영화로 구현할 예정이다. 영화는 내년 10월께 개봉된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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