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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끊이지 않는 역사 왜곡 논쟁 ‘왜일까?’

우리 한국사는 학문권력을 장악한 세력에 의해 팩트(fact)가 조작되고 역사가 조각조각 나뉘어 파편화·분절화된 채로 해석돼 왔다. 이 때문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쟁의 도구로 변질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역사 왜곡 논쟁이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반성에 기초한 제대로 된 역사학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식민시대의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하며, 더 나아가 제국주의의 본국인 일본의 역사를 모르고서는 식민지 당시의 상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역사학자인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최근 발간한 책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전사>를 살펴보면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제국주의의 역사와 독립운동가들의 구체적인 활동, 부호들의 활약상 등 1918년〜1945년까지의 근대사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한국 근대사는 1945년 해방 이후 냉전체제가 고착화되면서 일제와 맞서 싸웠던 독립운동 세력마저 이념적 취사선택에 따라 서술되어야만 했다. 즉 독립운동의 바탕이 되었던 삼부(三府) 무장투쟁론이 아닌 외교독립론 위주로 논의됐기 때문에 사회주의나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을 바탕으로 한 독립운동사는 더욱 역사 속에 잊히고, 묻히고, 지워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현재 일본의 우경화 바람은 1930~40년대 전 세계를 전쟁으로 몰고 갔던 군국주의 체제를 청산하지 못한 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아베 신조의 외조부가 에이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집안에 아리카와 요시스케, 마쓰오카 요스케라는 에이급 전범이 더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중 마쓰오카 요스케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있는 인물이니 아베 신조에게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마치 이리에게 채식 생활을 권하는 것만큼 의미 없는 일인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는 그동안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했던 일제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학살의 전말을 제대로 살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제 군부와 파시스트가 이웃 국가에 저지른 만행과 학살은 잘 알고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유년군사학교에 들어가 군사훈련을 받으며 전쟁기계와 다름없이 자라왔던 전쟁기계들의 정신세계에 대한 분석도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이덕일 소장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우리 내부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기시 노부스케와 고다마 요시오, 사사카와 료이치와 같은 에이급 전범들과 모리 요시로처럼 일제의 침략행위를 찬양해왔던 인물들에게 훈장을 수여한 한국정부는 누구를 대표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한편으로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고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훈장을 주는 분절적 행위에서 일본은 과연 한국의 진심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할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지나간 과오를 반성하고 미래의 역사를 제대로 쓰고자 한다면 지금의 우리를 비추고 있는 거울인 근대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끊이지 않는 역사 왜곡 논쟁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중요한 핵심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사진 설명: 한국과 중국의 아나키스트들(위즈덤하우스 제공)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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