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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통진당 해산 심판, 제대로 해보자
불신의 시대, 정치공학은 공해다.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소속 의원직 상실 선고,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도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댓글사건 위기돌파용, 내년 지방선거 색깔공세를 위한 선거용, 보수세력에 의한 사회전반의 재구조화와 대대적 반격 등등이다.

통진당 소속 의원 전원은 삭발하고 권력의 폭력적 광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위헌정당해산심판은 1958년 조봉암 진보당이 권력에 의해 위헌적으로 해산된 이후, 정당정치를 탄압보다는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개시된 절차는 이제 되돌릴 수 없다. 장외투쟁보다는 법정투쟁에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유권자가 선택하는 정치시장에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게 옳으냐는 논란은 있지만, 그동안 통진당의 행태는 국가안보와 보편적 사회정서 측면에서 엄청난 이질감을 갖게 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국가 존망의 대치를 벌이는 상황에서 북한 위협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미동맹 철폐,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때 보여준 북한 편향, 애국가 거부, 간첩단과의 직ㆍ간접 연관 등 통진당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석기 사건에서 보듯 총기 탈취와 기간시설 파괴 같은 시대착오적 이적행위 집단의 숙주 역할을 자임한 것도 객관적 사실이다. 통진당의 활동과 목적에 대한 헌법적 해석을 받아야 한다는 당위와 필요성은 축적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이번 정당 해산 청구는 그런 에너지의 분출이다. 정치ㆍ사회적으로 자체 해결하지 못한 사안은 헌법재판소에서 최후의 결전을 치러왔다. 선거법 위반에 따른 노무현 대통령 탄핵, 행정수도 이전 위헌 소송 등이 헌재의 심판으로 정리됐다.

어디까지가 종북이고 진보인지, 빨강과 파랑과 회색을 가리는 준거기준을 마련해보는 건 사회의 건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헌재 결정은 통진당의 운명을 가르는 의미를 넘어 사상, 집회와 결사, 표현의 자유 등 한국 민주주의의 포괄적 판단인 셈이다. 냉전체제 종식 후 전 세계 첫 사례가 될 이번 결정에 헌재의 임무는 막중하다. 차분한 눈길로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헌재의 결정 전에 정당 해산 청구 자체만을 갖고 어느 한 쪽을 종북, 추종, 동조세력으로 일반화하는 일체의 행위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매카시즘의 데자뷔다.

1950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던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의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발언으로 촉발된 반(反)공산주의 열풍은 ‘매카시즘’이라는 정치학 용어를 만들 만큼 미국을 초토화시켰다. 미국은 필요 이상으로 경색된 반공 외교노선을 걷게 됐고, 반대파 정치인과 예술ㆍ언론계 인사가 공산주의자로 몰렸다. 심지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트루먼 대통령의 페어딜 같은 복지지향 진보정책까지 공산주의와 연계해 심판대에 올렸다.

통진당은 민노당부터 15년의 역사, 지난 총선에서 10%의 전국 득표율을 올렸다. 또 제1야당과 연대해 왔다.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결보다 화해ㆍ협력을 추구해 왔다. 역사는 반복되기도 했지만, 단절되기도 했다. 헌재의 판단 이후, 우리는 그 앞에 다시 서게 될 것이다.
 
jpurn@heraldcorp.com

정덕상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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