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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학생들에 항상 잠재력 일깨워”
기능인대회 성과…이경화 상주공고 교사
목공 함께하며 희망 가진 학생들
어려운 환경 딛고 나갈때 큰 보람


곶감으로 유명한 경상북도 상주의 상주공업고등학교에 때아닌 경사가 났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한 ‘제48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목공 직종에서 이 학교 출신 졸업생들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모두 휩쓴 것. 한 학교 출신이 이렇게 1, 2위를 싹쓸이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

금메달을 수상한 우승보(28) 씨와 은메달의 오영택(20) 씨. 이들은 수상 직후 자신들의 영광을 한 사람에게 돌렸다. 이 학교 건축과목 담당 이경화(45) 교사다. 상주공고에서 이 교사는 ‘매의 눈을 가진 전설적인 선생님’으로 통한다.

이미 2007년에도 자신이 당시 가르치던 학생을 전국기능경기대회 목공 직종 금메달 수상자로 만든 바 있고, 이후에도 수차례 제자들의 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겉보기에는 다소 거칠어 보이는 공고생이지만 그 가운데 될성싶은 학생을 찾아내 잠재된 능력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

상주공고에서만 17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이 교사는 “내가 함께한 학생 대부분은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목공 연습에 몰입하던 학생들의 입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 아이들 때문에 다른 교사는 힘들다고 손사래를 치는 기능반을 10년 이상 떠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제자의 수상이 가능했던 비법에 대해 물었다. 이 교사는 “목공전문가도 아닌 내가 엄청난 기술을 아이들에게 전수해줄 수도 없었기에 미안했고, 오히려 함께 배워가는 입장에 있다”며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한 가지는 ‘항상 자신이 갖고 있는 잠재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 교사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어받은 것인지 이번 대회 금메달 수상자인 우 씨는 이 교사가 2002년 기능반을 처음 담당했을 때 가르쳤던 1호 제자이면서 또한 현재 상주공고에서 함께 지도교사 생활을 하는 후배 교사로 활동 중이다.

이 교사는 우 씨에 대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목공 연습을 함께했던 우 군은 이제 제자가 아니라 동반자”라며 “모교에서 지도교사로 변신해 후배들을 같이 가르치고 대학원까지 다니는 우 군을 생각하면 교사로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교사생활 20년차. 이제는 학생들과 몸으로 부딪치는 게 힘에 부치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낀다는 이 교사는 은메달 수상자인 취업준비생 오 씨와는 함께 국제기능올림픽을 준비해야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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