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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정은 현대 회장, ‘조용한 취임 10주년’…이머징마켓서 위기 극복한다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현정은<사진> 현대그룹 회장이 21일로 취임 10주년을 맞이했다. 2003년 남편인 정몽헌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가정주부에서 기업 총수로 변신하며 한국의 대표 여성CEO로 그룹을 이끌어온지 10년이다. 하지만 그룹 분위기는 조용하다. 별도의 10주년 행사는 물론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식도 열리지 않았다.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요란한 자축 행사는 줄이겠다는 현 회장의 의지다.

현 회장은 이날 오전 6시께 서울 연지동 본사에 출근해 6시30분부터 임원 회의를 주재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소화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10주년이지만 예년과 다름 없이 조용하게 보낼 예정이다. 특별한 행사는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용한 10주년’의 배경에는 ▷해운업 불황에 따른 현대상선의 실적 악화 ▷남북관계 경색으로 더욱 요원해진 대북사업 등이 있다.

그룹의 핵심 축인 현대상선은 계속되는 글로벌 해운 경기 침체로 여전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2분기에 당기순이익 317억원을 달성하며 10분기 만에 흑자 전환 하고 영업손실도 전분기 대비 절반 이상 줄였지만 보유 선박 처분 및 자체 원가 절감 등의 노력에 따른 것으로 시장 수요가 크게 나아지진 않은 상황이다.

최근 BDI(벌크선 운임)지수가 2000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컨테이너선(65%)이 벌크선(35%) 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상선의 경우는 이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다. 3분기 컨테이너 업황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3분기 실적을 낙관할 수 만은 없다.

대북사업 재개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현 회장에게는 아쉬운 부분. 지난 9월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되고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제안하면서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의 주요계열사 주가가 급상승했다. 그룹 내부 직원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현 회장이 지난 8월 정몽헌 회장 10주기에 맞춰 2009년 이후 약 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것도 기대감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북한의 일방적 회담 연기로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지난 2월부터 금강산 사업 재개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현대그룹이 입은 손실은 약 5456억원(7월 기준)에 달한다. 대북사업을 주도하는 현대아산의 경우 5년 째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이어가는 등 재무구조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현 회장은 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한 수익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임원진에게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내년 말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컨테이너 터미널을 개장한다. 현대엘리베이터도 내년 3월 브라질 현지 공장을 완공하며 아프리카 등에도 새로운 해외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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