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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집 마련 경매시장에 훈풍…X-마스선물 미리 준비할까
서울·수도권 낙찰가율 82%…경기회복 기대감 응찰자 몰려 ‘고가낙찰’ 많아

전문가 “경매시장 과열땐 입찰 더 신중히”…실수요자는 적절한 가격응찰을


#1.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10계. 감정가 3억7000만원인 중구 신당동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이 경매에 나왔다. 이미 한 차례 유찰돼 감정가의 80%인 2억7760만원 최저가로 경매가 시작됐다. 결과는 감정가보다 높은 3억6999만원을 입찰가로 써낸 김모 씨가 주인이 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비율)은 106.6%를 기록했다.

#2. 같은 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경매2계엔 경매에 나와 한 번도 유찰되지 않고 낙찰된 낙찰가율 100% 경매 사례가 두 건 나왔다.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햇빛마을 전용 60㎡형과, 화정구 옥빛마을 50㎡형이 각각 감정가인 1억7500만원, 1억6000만원에 즉시 주인을 찾았다. 경매시장에서 한 번도 유찰되지 않고 낙찰되는 경우는 주택시장 활황기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가을 수도권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응찰자가 수십명씩 몰리는 곳이 흔해졌고 낙찰가율이 100% 이상을 돌파하는 ‘고가낙찰’ 사례도 자주 나타난다.


▶낙찰가율 고공행진=낙찰가율 상승세는 일부 물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15일 법원 경매시장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82.6%로 2011년 4월(83.1%) 이후 29개월 만에 80%를 돌파했다.

일반적으로 경매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입찰가를 감정가의 80% 전후로 적는다. 시장 급매물보다 싸게 사는 게 목적이므로 매매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예상하면 그 밑으로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77.6%에 머물렀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매매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입찰가를 감정가의 80% 이상으로 높게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낙찰가율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14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강동구 암사동 프라이어팰리스 전용면적 60㎡형이 대표적인 사례다. 감정가 4억2000만원인 이 아파트는 한 차례 유찰돼 감정가의 80%인 3억3600만원부터 경매가 진행했다.

그런데 응찰자가 17명이나 몰리면서 눈치작전이 치열해졌다. 결국 감정가보다 비싼 4억2100만원에 낙찰됐는데 현재 매매시장에 나온 급매물 시세와 비슷하다. 매매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으면 쓰지 못할 입찰가격인 셈이다. 


▶응찰자 늘어나면서 과열 조짐=수도권 경매시장에서 응찰자 수는 지난달부터 크게 늘었다. 이달 경매 건수별 평균 응찰자 수는 7.2명으로 지난달(7.5명)에 이어 7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올 1~8월 월별 평균 응찰자 수는 6.1명 수준에 불과했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경매시장에 응찰자들이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응찰자들이 몰리면 평균 낙찰가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경매에 처음 나온 신건 낙찰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달 7일 서울동부지법에서 경매에 부쳐진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5㎡형은 한 번도 유찰되지 않고 바로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8억원)보다 500만원 높은 8억500만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은 100.6%를 기록했다. 같은 날 같은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광진구 자양동 현대아파트 전용 85㎡형도 유찰 없이 감정가(4억4000만원)에 바로 주인을 찾았다.

응찰자들이 많아지면서 한두 달 전만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가격으로 낙찰되는 경우도 늘어난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1차 갑을명가 아파트 전용 84㎡형은 지난 8월 경매 때 2억9040만원을 기준가(최저가)로 경매에 올려졌으나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하지만 16일 진행된 경매엔 사람들이 8명이나 몰리면서 결국 3억1299만원에 낙찰됐다. 용인 수지구 풍덕천동 동보아파트 전용 105㎡형도 8월 2억8800만원 입찰을 할 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으나 이달 7일 진행된 경매에서는 응찰자가 19명이나 몰려 2억9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매매시장 움직임 확인하고 입찰해야=전문가들은 경매시장이 이렇게 과열 증상을 보일 때일수록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경매시장은 기존 매매시장과 별개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매시장 전망을 지속적으로 따져보고 응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매매시장은 지난 8ㆍ28 부동산대책 이후 9월 거래량이 증가하고 시세도 상승하는 등 살아나는 듯하다가 이달 들어 다시 주춤한 상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가격은 5주 연속 상승을 마감하고 보합세로 돌아섰다. 특히 강남구 개포주공, 강동구 고덕주공 등 재건축 단지는 0.01%가 하락했다.

따라서 경매시장도 급하게 접근하는 것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향후 매매시장이 다시 꺾이기 시작한다면 경매시장도 곧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이달이 향후 경매시장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소장은 “올 4~5월 새 정부 출범 기대감으로 경매시장이 반짝 상승하다가 다시 추락한 것처럼 이번에도 상승세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메리트 박미옥 경매본부장은 “경매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분위기에 따른 입찰이나 남들을 따라가는 추격 매수”라면서 “투자자라면 잠시 매매시장 분위기를 살피면서 입찰을 삼가는 것이 좋고, 실수요자라면 자신이 원하는 주택에 한해 급매물과 비교해 적절한 가격에 입찰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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