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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글날, 국경일답게 더 잘 꾸밀 필요있다
567주년이 되는 올해 한글날(9일)의 의미가 새롭다. 우선 23년 만에 공휴일로 재지정됐다.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될 것은 공휴일 재지정의 의미다. 그저 하루 놀자는 것이 아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큰 뜻과 한글의 가치를 더 크게 새기고 후손으로서 우리말 우리글을 자손만대로 영원히 잘 보존하겠다는 각오를 충실히 다지자는 의미다.

정부도 올해부터 한글날 경축행사를 개최키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유관기관들은 ‘한글문화큰잔치’를 비롯해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잇달아 연다고 한다. 기왕 할 것이면 충분하게 홍보함으로써 더 많은 국민들이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아예 한 주를 한글 주간으로 설정해 기업 참여도 적극 이끌어내는 것이 좋다.

한글은 이제 한국의 영역을 크게 넘어섰다. 남북한과 해외동포는 물론이고 한류열풍 등에 힘입어 전 세계 사용자 수가 80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영향력이 세계 13위권에 이른다. 외국인에게 우리 고유의 말과 글을 가르치는 ‘세종학당(www.sejonghakdang.org)은 어느 새 51개국에서 운영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에 이어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는 한글 표기법을 소중히 받아쓰고 있다. 한글 인구 1억명 시대가 머지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한글의 현 주소는 어떨까. 한마디로 남부끄럽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 SNS 범람을 틈타 한글이 정체불명의 외계인 문자로 둔갑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트위터 등 단문중심의 간편함에 짓눌려 문장다운 문장은 설자리조차 찾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어법은커녕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글쓰기와 아예 무관한 것이 된 지 오래다. 더 가관인 것은 시중에 온갖 뜻 모를 외래어도 모자라 ‘차칸포차’ ‘The 술집’ 등 해괴망측한 조합어가 봇물을 이룬다는 사실이다. 학교에 욕설이 난무하는 것도 우리 스스로 말과 글을 해코지한 결과일 수 있다. 국립국어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ㆍ중ㆍ고 재학생 95%가 일상어에서 욕설을 섞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욕설은 과격한 행동을 유발하고 폭력까지 불러오기 일쑤다.

한글날은 1949년 공휴일로 지정됐다가 1991년부터 국군의 날과 함께 제외됐었다.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휴일 수를 줄인 결과다. 늦었으되 공휴일 재지정을 자축하며 이를 계기로 5대 국경일답게 더 잘 꾸밀 필요가 있다. 민족적 자긍심으로 길이길이 보존하고 키워나가야 할 고귀한 문화유산이 바로 한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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