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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요즘 집값 정말로 올랐을까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가을 성수기 들어 주택시장이 정말 들썩들썩 한가 봅니다. 부동산114, 닥터아파트 같은 부동산 정보업체가 보내는 시세 흐름을 보면 8월 말부터 정말로 수도권 집값이 살아나는 듯 보입니다. 정부 공인 시세 작성 기관인 한국감정원이 보낸 시세 데이터도 상승세가 뚜렷하고요.

송파구의 모 재건축 추진 단지의 아파트값이 한 달 사이 1억원이나 올랐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2000만~3000만원 오른 아파트는 수두룩 하다네요. 재건축 단지가 몰린 강남권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목격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강남권 신규 분양단지에선 청약경쟁률이 288대1이나 되는 곳도 나타나 주변을 놀라게 했죠. 모두 주택시장 과열기에나 나타난 현상입니다.

불과 몇 주 전 만해도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하다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난리였는데 요즘 그런 목소리는 찾기 힘듭니다. 도대체 부동산시장이 주식시장도 아니고 단기간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걸까요?

주택을 사려고 마음을 먹은 후 집을 사기까지 짧아도 3개월 이상 걸린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한 가구가 거의 전 재산을 털어 사는 집인데 최대한 신중히 결정하겠죠. 보통 서민 가구라면 집을 살 때 1000만원의 시세 변동도 민감합니다. 거의 몇 개월치 생활비니까요. 집값이 몇천만원 올랐네, 떨어졌네 하지만 집을 사거나 파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말 어려운 결정입니다. 돈 1000만원도 그 정도인데 한두 달 사이에 몇억원씩 올랐다는 뉴스는 정말 쇼킹할 만하죠.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 봅시다. 몇 개월치 생활비를 단기간에 올려 집을 사려는 수요가 나타날 만큼 지금 상황이 급변한 걸까요? 한 두 달 만에 갑자기 사람들이 너도나도 집을 사고 싶어진 걸까요?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부동산 공인중개업자 5~6명에게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달라진 게 무엇이냐고요.

답변은 좀 싱거웠습니다. 모두 뜨거운 언론과 달리 미지근한 반응이더군요. 한 중개업자는 이렇게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급매물 거래가 한 두건 성사된 건 사실입니다. 그러니 집주인이 호가(부르는값)를 높이네요. 기대감이 큰 사람은 좀 세게 부르기도 하고요. 호가야 부르는 사람 마음이니...”

정확한 시세 정보를 확인하려면 알아둬야 할 게 있습니다. 국민은행 등이 작성한 시세는 대부분 중개업소가 불러주는 호가를 토대로 작성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집주인이 얼마에 내놓았다’는 정보가 중개업소에 모이고,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면 실거래가가 되는 겁니다. 수요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집주인은 집값을 낮추겠죠

집주인은 당연히 집값을 떨어뜨리려 하지 않을 겁니다. 여력이 있는한 최대한 버티죠. 가격이 잘 안떨어지는 건 이때문입니다. 그러다 도저히 못버티면 가격이 떨어지는 겁니다.

반대로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집주인은 순식간에 집값을 올립니다. 집값에 영향을 줄 작은 호재에도 바로 반응하죠. 특히 요즘처럼 좋은 분위기를 놓칠리 없습니다. 공유형 모기지 대출 등 8.28부동산 대책의 효과로 매수세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게 사실이니까요. 지금 시세가 수천만원 수억원씩 뛰었다는 건 바로 이렇게 실제 거래된 가격보다는 집주인의 호가의 움직임이라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화들짝 놀랄 필요가 없다는 거죠.

물론 이런 호가 상승세가 길게 이어지고 수요자가 따라와 준다면, 그래서 실거래 사례가 나오기 시작한다면 진짜 집값 상승세가 본격화하는 것이겠죠.

사실 정확한 시세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계약이 이뤄지는 나오는 실거래가입니다. 이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실거래가가 신고 되는 걸 확인해야하겠죠. 그런데 이것을 정확히 확인하려면 두 달 정도가 지나야 합니다. 정부는 주택 계약이 있고 나서 6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니까요.

요즘 주택 실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하지만 실거래 정보역시 기억해야 할 점은 앞서 설명했듯 신고일 기준 거래량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집계되는 거래량이 60일 이전에 거래된 것일 수 있다는 거죠. 지금 거래량이 늘어난 게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실거래가 정보는 부정확할 때도 있습니다.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시장의 움직임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죠. 예컨대 남양주 덕소의 모 아파트 전용면적 85㎡형은 10개월 전 마지막 실거래가 3억1000만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가격이 진짜 시세일까죠. 아닙니다. 지금 중개업소엔 2억8000만원까지 급매물이 나옵니다. 거래가 안되니 집주인이 호가를 낮춘겁니다. 실거래가라고 무조건 정확한 시세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리하자면 지금 집값이 들썩인다는 소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화들짝 놀랄 필요도 없죠. 그저 시장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증조로는 이해하면 될겁니다. 시장의 추세 정도로 파악하는 게 정확할 겁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서 진짜로 실거래가 이뤄지고 거래량이 늘어나고 활기를 띨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주택시장에서 호들갑은 절대 금물입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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