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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올해는 취직할 수 있겠니?”…“형님네 강북아파트 아직 안팔렸어요?”
차례상 화두 - 도대체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는 경제
9월말부터 금융공기업 등 채용 시작되는데
전국 20대 실업자수는 82만8000명
‘고용률 70%’도 피부로 안 느껴져…

가스·전기세·택시비…월급빼고 다 오르고
평수줄여 이사하려해도 집이 팔려야말이지




오랜만에 넉넉한 휴일이다. 18일부터 22일까지 장장 5일이나 되는 추석이 눈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현실은 넉넉하기는커녕 팍팍하기만 하다. 채용 일정을 눈앞에 둔 구직자는 긴 휴일이 좌불안석이다. 경제는 조금씩 좋아진다는데 내 지갑은 텅 비어 있다. 전셋값은 하루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일가친척ㆍ친지들이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명절이지만 긴 한숨이 배어나오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내 일자리는 어디에=“너 언제 취직하니?”

1년에 딱 두 번, 설날과 추석에나 얼굴을 마주치는 친척들이 무심코 내뱉는 이 한 마디는 구직자들에게 비수로 꽂힌다. 명절 때 가장 듣기 싫은 소리의 ‘고전’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수많은 청년 백수 혹은 구직자들이 올해도 이 지긋지긋한 말을 들어야 할 듯하다. 이 소리 저 소리 듣기 싫어 취업공부해야 한다는 핑계로 꼼짝 않고 집에 머무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구직자들에게 추석은 얄궂은 때다. 휴일이 지나면 여기저기 원서를 집어넣어야 하는 시기다. 9월 말 이후부터 본격적인 하반기 채용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추석이 지나고 한 달 뒤인 10월 19일의 경우 한국은행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금융공기업이 같은 날 시험을 봐 화제가 되기도 한다.

7월 현재 20대 실업자 수가 약 82만8000명이다. 여기에 매년 대학졸업자만 50만명이 쏟아진다. 약 130만명의 20대 청년 구직자가 추석을 맞이하는 셈이다. 이미 취업을 결정한 ‘대단한’ 소수 인재들을 제외한다면 130만명의 구직자를 둘러싸고 앉은 부모 친척의 최대 관심사는 이들의 취업 여부가 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정부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7월 현재 고용률은 60.4%에 달한다. 실업률은 고작 3.1%다. 더 나아가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 아직은 일자리가 늘었다는 실감을 하기 어렵다. 취업의 높은 벽에 가로막힌 이들에게 70%라는 숫자는 허망하기만 하다.

▶살림살이는 언제 나아지나?=이번 추석에도 조금씩 좋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다들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소위 ‘사’자 직업을 가졌다는 이들마저도 굶어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물가는 안 오른다고, 심지어 너무 안 오른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막상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집으면 지갑은 금세 털리고 만다.

정부는 2분기 이후 점진적으로나마 경제가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에는 3%대, 내년에는 4%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밑바닥에서 온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회사에 다니는 삼촌도, 장사를 하는 고모도 다들 최악이라고 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또 다른 뒷담화거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란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과일 채소값은 물론 가스ㆍ전기세, 택시비 등 안 오른 게 없다. 벌이는 제자린데 쓸데만 많아진다. ‘살림살이는 언제쯤 나아지려나’라는 푸념을 이번 추석에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고향 친구들까지 모이면 세금 얘기로 술잔을 기울일 듯하다. 만만한 월급쟁이만 털었다는 세법개정안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것이 바로 한 달 전이다. 겨우겨우 명절 준비를 치러낸 샐러리맨들은 “만날 우리만 봉이냐”고 울분을 토하며 술 한잔 기울일 듯하다.

▶내집 마련은 언제?=올 추석 연휴엔 집값이 어디로 갈까부터 지금 집을 사야 하나, 만약 산다면 어디가 좋을까 등도 주요 화두가 될 공산이 크다. 전셋값이 치솟는 가운데 4ㆍ1 부동산대책에 이어 8ㆍ28 전월세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은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강북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기대가 현실화하면서 매매 값이 들썩이고, 신규 분양 시장은 실수요자들의 발길로 북적이고 있다. 특히 8ㆍ28대책의 핵심인 연 1%대 이자의 ‘공유형 모기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는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의 3000가구에 한해 시범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혜택 소외 지역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대책의 효과가 일부 중소형 아파트에 한정될 것이란 회의론도 만만찮다. 4ㆍ1대책에 따라 연내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 주택 구입 시 5년간 양도세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또 8ㆍ28 대책안의 취득세 영구 감면 대상도 6억원 이하 주택이다. 혜택이 중소형에 쏠리다보니 평생 벌어 중대형 아파트 한 채 마련한 하우스푸어들은 평수를 줄여 이사하려고 해도 집이 안 팔려 푸념이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강북 중대형 아파트를 너끈히 살 수 있는 가격의 강남 전세 물건이 달리는 건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려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4ㆍ1대책의 핵심법안부터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8ㆍ28대책 발표 후 경실련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8ㆍ28 전월세대책의 핵심은 매매유도를 통한 부동산거품 유지”라며 “대출을 통한 매매유도는 신규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가계부채를 확대시켜 국가부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영화ㆍ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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