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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덕준의 메이저리그 관람석>포스트시즌 준비하는 다저스
자, 어느덧 가을입니다. 꽃샘바람 속에 개나리 꽃망울이 멈칫거리던 4월의 첫째 수요일 아침,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지켜보며 모처럼 가슴 설레던 때가 순식간에 아스라해졌습니다. 미칠 듯한 폭염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류현진과 다저스의 신바람나는 연승 무드에 함께 취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이곳 로스앤젤레스도 아침 저녁으로 옷깃을 여밀 만큼 서늘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모처럼 ‘가을의 클래식’이라는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에 젖어들 수 있어 뿌듯한 기분으로 계절의 변화를 즐기는 엔젤리노가 많습니다.

LA다저스는 사실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확정지었습니다. 남은 경기를 다 패하면 할 말없는 산술적인 탈락 확률이 있지만 그런 따위의 속셈은 빅리그에서 ‘멍청한 계산’이라며 무시한 지 오래입니다. 어제 류현진에게 이긴 서부지구 2위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커크 깁슨 감독은 서슴없이 “레이스는 이미 끝났어”라며 다저스와 벌어져 있는 12.5게임차를 로또에 당첨될 확률처럼 간주해버리더군요.

그래도 굳이 따져볼까요. 13일(한국시간) 경기를 포함해 남은 17게임을 모조리 서부지구의 이웃팀들(샌프란시스코,애리조나,샌디에이고,콜로라도)과 치르는 다저스는 최근 27차례에 걸쳐 같은 지구팀들을 상대로 승률이 거의 8할(21승 6패)에 가깝네요. 게다가 간신히 반타작 승률을 지키는 애리조나를 차치하더라도 다른 3개팀은 승수보다 패수가 더 많은 채로 루징시즌(Losing Season)을 마무리해가는 중이니 뭘 더 말하겠습니까.

LA 인근에 사는 한인동포들도 다저스의 플레이오프 홈경기 입장권을 사려고 심심찮게 문의전화를 걸어오고 있습니다. 다저스의 최종 승률과 디비전시리즈의 상대가 어느 팀이냐에 따라 포스트시즌의 다저스타디움 경기일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다저스를 지켜보는 팬들의 관심은 오직 하나에 집중돼 있습니다. 25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겠느냐, 그 한가지 질문만 쏟아내는 참입니다.

디비전시리즈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도 다 이길 것이라는 무모한 전제가 아무런 의심없이 횡행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 근거는 물론 6월 중순까지만해도 꼴찌였던 다저스가 거둔 놀라운 반전 페이스 입니다. 4반세기만에 통산 7번째 월드시리즈 챔피언십을 품에 안으리라는 기대는 다저스 경기 TV시청률을 작년보다 42% 끌어올리고, 각종 기념품 판매량을 50%나 높였으며 400만명에 육박하는 홈관중수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지요.

이처럼 모두가 궁극의 목표를 바라보는 시기에 류현진의 상태가 다저스의 유일한 고민인 듯 부각되고 있습니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 경기에선 선발투수 3명만 확실하면 걱정할 게 없잖습니까. 보름전까지만해도 류현진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에 이어 부동의 ‘넘버 쓰리’로 꼽혔지만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그 자리가 버블헤드처럼 흔들흔들 거리고 있습니다. 특히 올스타전 이후 7승무패 방어율 1.89로 무섭게 상승세를 탄 리키 놀라스코는 최근 10게임에서 방어율 3.52를 기록한 류현진을 거의 밀어내기 직전입니다.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아직 류현진에 대한 미련을 남기고 있긴 합니다. 지난 12일 경기에서 6이닝동안 10안타 3실점해 패전투수가 됐지만 “여전히 날카로웠다”고 옹호했지요. 의례적인 립서비스일 수 있지만 의미심장한 세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자신이 뭘 해야하는 지 아는 선수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피칭을 한다. 류현진은 던질 줄 아는 투수다”라고 말이죠. 포스트시즌의 빅게임을 맡을 투수의 3대 조건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지 않나요?

<미주헤럴드경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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