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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장선> 이석기 사태, 한국정당 전환점 되어야
공안당국, 증거에 의한 수사하고
국정원·檢 내부개혁도 병행돼야
진보진영 성역없는 北 비판 필요
민주당 단일화 의존 행태 반성을


이번 이석기 사태는 결국 터질 것이 터진 게 아닌가 생각된다. 시기만 문제였을 뿐이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2001년 NL(민족해방) 계열이 제도권 진보정당에 참여를 선언한 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권을 장악하려 했던 패권주의와 친북노선으로 인한 갈등 때문에 진보당은 이합집산을 거듭했으며 정치권 모두는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은 이 사건을 놓고 단순히 손익계산만 한다면 국민에게 또 다른 실망을 주게 될 것이다. 이 사건이 공정하게 적법 절차를 밟아 진상을 밝혀지도록 협력하고, 또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향후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색하고 대안을 찾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 아닌가 생각된다.

먼저 이석기 사건이 터졌을 때 모든 제도권 정당, 특히 야당이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준 것은 잘한 일이다. 야당에서 국정원이 이 사건을 터뜨린 시기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신속하게 입장을 정리한 것은 아마도 이들의 성격에 대해 평소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 아닌가 생각된다. 대선 바로 직후 운동권 출신 한 전직 의원은 통합진보당 내 주사파는 북한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이 지금 새삼 기억된다.

정부, 여당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공안당국이 증거에 의해 제대로 수사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조사가 이제 막 시작되었는데 정부 내에서 통진당 해산 절차에 들어갔느니, 여당에서 이석기를 제명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르다. 조사 결과를 보고 해도 늦지 않는다. 그리고 국정원 개혁과 검찰 개혁은 별도로 박차를 가해야 더욱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해 결국 통합진보당에 13석을 주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여당의 공격을 받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당내 종북세력을 배제하지 못하고 국회의원까지 만든 것을 민주당에 책임지라는 것은 지나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내 자강과 변화를 통해 정권을 획득하려는 노력보다 매번 무리한 단일화를 통해 선거에 이기려 했던 행태를 이번에 반성하고 내부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진보 진영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이석기 사건을 계기로 내부 모순을 정리하고 올바른 진보 진영의 노선을 제시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해도 성명 하나 내지 못했던 일이나, 당내 부정선거와 일심회 같은 간첩사건으로 헤어졌던 사람들을 진보 진영 세력 확대라는 명분으로 무리하게 연대하고 통합했던 과거에 대해 통열히 반성하고 또 거듭나려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우리 상황을 미국의 식민지배 구조로만 보고 투쟁하려는 시각에서 벗어나 유럽의 진보세력처럼 자본주의 모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변혁을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북한의 폐쇄적인 독재 체제가 진보세력의 성장을 제약하는 우리 현 상황에서는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제대로 비판할 줄도 알아야 한다.

지금 대의정치는 중대한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 여야는 극도로 대치하면서 대의정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여당은 청와대만 바라보며 무기력과 무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며, 야당은 거리로 나왔다고 비판받는다. 진보 정당은 생존 여부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석기 사건은 진보의 위기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 전체에 큰 숙제를 던져 놓았다. 과거의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변화가 왜 필요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석기 사건을 통해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해지고 큰 변화를 이루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금 여야는 이석기만큼이나 과거의 어두운 동굴에 갇혀 있다. 손익계산서 두드리며, 상대방에 손가락질할 때가 아니다.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로 만들기 바란다. 


정장선 헤럴드경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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