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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입 베어물면 ’아삭‘하고 가을이..윤병락의 사과그림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사각의 나무상자에 붉은 사과들이 가득 담겼다. 손을 뻗어 한입 베어먹고 싶을 정도로 탐스럽다. 보고만 있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유난히 무덥고 끈질겼던 올 여름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선선한 가을이 왔음을 탐스런 사과들은 말해준다.

반듯한 사각의 이 사과그림은 사과를 너무나 극사실적으로 묘사해 ‘사진을 뛰어넘을 듯한 그림’을 선보이는 ‘사과화가' 윤병락(45)의 신작이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북대 미대를 다닌 작가는 대학 졸업후 한동안 도자기, 목기 등 민예품을 그리다가 어느날 우연히 나무상과에 가득 담긴 사과를 보고 전율하듯 영감을 얻었다. 어릴적 집 근처 사과나무 과수원에서 무시로 뛰놀던 기억도 그를 사과그림에 빠져들게 했다.

사과는 창세기 ‘아담과 이브’이후 뉴턴의 만유인력, 폴 세잔의 정물화,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 이르기까지 인류와 가장 친숙한 과일이다. 특히 구상화가들 치고 사과그림에 도전하지 않은 작가는 거의 없다.


윤병락은 너무나 흔한 이 사과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듯 수직 시점으로 그려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수직으로 강하하는 듯한 독특한 시점은 감상자로 하여금 마치 3차원 공간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또 사과 표면의 미세한 무늬와 오묘한 빛깔, 심지어 햇볕에 그을린 자국까지 세밀히 묘사한다. 사과를 담고 있는 나무궤짝 또한 마찬가지다. 나무상자의 거친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윤병락의 완벽한 묘사력은 보는 이에게 환영을 선사한다. 실물이 아닌데도 너무나 진짜같고, 더없이 생생하다. 트롱프뢰유(눈속임), 곧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그림이다.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윤병락은 신작 사과그림을 모아 오는 1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대표 노승진)에서 작품전을 연다. 이번 개인전에는 가로 5m의 대작을 비롯해 전통목기 속에 붉은 사과를 배치한 사과그림 등 신작회화 30여점이 출품된다. 또 입체로 제작한 사과 설치작업도 선보인다. 02)732-3558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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