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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버벌 퍼포먼스 ‘푸에르자…’
잠실운동장서 내달 11일부터


[베이징=한지숙 기자]
넥타이를 맨 한 남자가 컨베이어벨트 위를 달린다. 그의 표정은 자못 심각하다. 그 사이로 다른 사람들이 무심하게 지나가고, 의자가 지나가고, 바람이 세게 불자 남성은 더 빨리 달린다. 그리고 ‘탕!’하는 한 발의 총소리. 남자는 쓰러지고 남자의 셔츠에는 피가 얼룩져 있다. 그래도 남자는 셔츠를 갈아입고, 전력을 다해 뛰고 또 뛴다.

5일 오후 베이징의 공티노스로드에 위치한 아시아 호텔 인근에 가설로 세워진 대형 천막 안은 캄캄하고, 클럽 댄스음악 같은 디제잉이 이어졌다.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남자가 박스와 충돌해 나오자, 500~600명 관객은 환호성을 질렀다.

넌버벌 퍼포먼스 ‘푸에르자 부르타<사진>’ 오리지널 팀은 말없이 은유, 상징, 몸짓과 에너지만으로 베이징 시민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달아오르게 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천장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투명한 아크릴 소재로 만든 대형 수조였다. 남미 민속음악이 테크노비트와 섞여 흘러나오면 수조 속 여성이 몽환적으로 유영한다. 11m의 이 수조는 관객의 바로 머리 위까지 내려온다. 사람들은 손을 뻗어 아크릴 너머로 배우의 몸을 만졌다. 이렇게 몸을 만지면 엄마 몸 속 태아, 모태의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영어로 ‘잔혹한 힘(Brutal force)’란 뜻이다. 하지만 깃털같은 종이가루를 뿌리는 박스를 서로 뒤엉켜 내리치며 노는 모습은 아무렇게나 뛰놀아도 좋았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해 뭉클해지고, 수조 퍼포먼스는 지친 객석을 달래는 부드러운 힘이다.

2002년 한국서도 공연한 ‘델라구아다’의 아르헨티나 출신 감독 디키 제임스 제작이다. 필리핀ㆍ대만ㆍ싱가포르 등에서도 공연했으며, 한국에서의 첫 내한공연은 다음달 1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FB빅탑시어터에서 펼쳐진다. 1566-1369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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