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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이 맺어준 인연…오빠가 첫눈에 반했대요”
14일 결혼‘…여름여자’김연지가 말하는‘ 겨울남자’토비도슨과 러브스토리
왕년의 ‘태권도 여제’ 김연지
스키모굴 국가대표 코치 도슨
평창조직위서 만나 사랑 키워

"둘다 자기 종목 닮아 성격 급해
오빠 전훈 탓에 신혼여행도 미뤄
2세도 스포츠? 능력 타고나면!”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겨울 남자’와 독일에서 나서 한국에서 자란 ‘여름 여자’가 만났다. 지구 반대편에서 서로 엇갈릴 뻔한 둘을 하나로 묶은 건 스포츠였다. 올림픽을 매개로 처음 만난 이들, 그리고 새록새록 알게 된 인연. 많은 팬들의 놀라움과 축복 속에 오는 14일 결혼하는 토비 도슨(35)과 김연지(32)다.

도슨은 한국 입양아 출신으로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서 스키 모굴 동메달을 딴 뒤 현재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약 중이고, 김연지는 2001년, 2003년 세계선수권을 2연패한 ‘태권도 여제’다. 결혼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만난 김연지는 “오빠가 결혼 후 바로 스위스로 한 달 간 전지훈련을 가는 바람에 신혼여행도 없다”고 하면서도 표정에선 행복이 뚝뚝 묻어난다.

▶“첫 눈에 나랑 결혼할 여자다, 알았대요”= “비밀 연애를 한 건 아니지만 둘 다 외국생활을 오래 해서 결혼은 한참 뒤에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셔서 아직도 얼떨떨해요.” 

“평창이 만들어준 인연, 행복하게 잘 만들어 가겠습니다.” 오는 14일 이태원 블루스퀘어에서 스키 스타 토비 도슨과 결혼하는‘ 태권도 여제’ 김연지가 둘 만의 꿈을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고마운 사람들이다.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 활동을 통해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도슨은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 유치도시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했고 김연지는 은퇴 후 대한체육회에 입사했다가 평창유치위에 파견돼 도슨을 만났다. 김연지는 현재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저는 오빠를 보면 볼수록 좋은 느낌이었는데 오빠는 처음 본 순간 이 여자다, 싶었대요. 지난 겨울 처음 같이 식사하게 됐는데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어요.”

4세 때 운동을 시작해 2006년 은퇴한 것부터 아버지와 관련된 경기 징크스, 음력생일(4월9일), 하다못해 좋아하는 음식과 동물, 색깔까지 정확하게 일치했다며 신기해 했다. 특히 독일어를 전공한 도슨의 미국인 어머니와 독일에서 수십년 간 살고 있는 김연지의 어머니가 독일어로 즐겁게 대화하는 걸 보고 “이런 게 인연인가 싶었다”고 했다. 김연지는 “가장 닮은점은 성격이다. 오빠는 22초 안에 경기가 끝나고 나는 2분 3회전 경기다. 둘다 자기 종목을 닮아 그런지 성격이 급하다”고 웃었다.

요즘 도슨은 한국어 ‘열공’ 중이다. 그때 그때 모르는 단어나 문장을 사진으로 찍어 김연지에게 전송한다. “어제는 ‘그냥’ 이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묻더라고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쓴다면서. 의미를 알려줬더니 말끝마다 ‘그냥’이라네요, 하하.”

▶“3대째 스포츠 선수? 일단 평창 꿈 부터 이루고요”=도슨은 세 살 때 부산에서 길을 잃어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미국인 스키강사에게 입양됐다. 2006년 미국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건 후 한국어로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라고 외쳐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여기저기서 도슨의 친부모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등 혼돈을 겪은 끝에 1년 뒤 부산에 살고 있는 친부와 상봉했다. 


“아무래도 마음 속 깊이 아픔과 상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술도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끌어냈는데 전혀 어두움이 없어요. 정말 밝은 사람이더라고요. 미국 부모님 밑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게 느껴졌어요.”

김연지는 ‘태권도 부녀 챔피언’으로 유명하다. 아버지 김철환(60) 씨는 1973년 제1회 세계태권도선수권에서 우승하고 독일에서 한국 태권도를 전파하고 있다. 태권도인의 피는 세 딸 중 둘째 김연지만 물려받았다. 14세 때 아버지 몰래 혼자 배낭매고 네덜란드로, 벨기에로 국제대회에 나간 그는 17세 때 아버지와 서울로 유학을 온다. 독일과 너무 다른 ‘혹독한’ 훈련방식에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우는 소리를 하자 아버지는 두말 없이 김연지만 남겨놓고 독일로 떠나버렸다. 한달간 눈물로 지내던 김연지는 ‘악바리’답게 다시 일어나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선수권 2연패, 2002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태권도 여제’로 우뚝 섰다.

3대째 태권도 선수가 나올까 하는 주변의 기대에 김연지는 “오빠는 다치기 쉬운 스키나 태권도는 시키지 말자고 하지만 전 반대에요. 능력있으면 하는 거죠”라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눈은 2세보다는 일단 평창을 향해 있다. 특히 도슨은 벌써 수제자 최재우(한체대)를 최고의 선수로 키워내는 성과를 올렸다. 최재우가 지난 3월 세계선수권 프리스타일 모굴에서 5위에 오르며 설상종목 역대 최고 성적을 일군 것이다.

“오빠가 소치올림픽에서 경험을 쌓고 평창에선 메달을 따야 한대요. 저도 평창올림픽 일원으로 힘을 보탠 뒤 대학강단에 서는 게 꿈이에요. 많은 분들의 축복에 힘입어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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